봄비 온 뒤 풀빛처럼

음식

다슬기 국 끓이기

이쁜준서 2020. 10. 17. 23:15

 

 

 



한우 좋은 양지로  육개장을 끓이거나,

자연산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이거나,

다슬기 좋은 것으로 국을 끓이거나,

원재료의 갚는 비슷비슷하니,

한우 좋은 양지 사는 셈 치고 이번에도 다슬기를 샀다.

사진의 다슬기는 3Kg이고  늦가을에 다슬기 국을 끓인 적이 없는데,

늦가을 다슬기라서 그런지 알이 통통 했다.

 

어제 도저히 전철 타고 나갈 형편은 못 되는데, 다슬기를 가지러 갔다 왔고,

늦게 출발했기에 어두워질 무렵 돌아와서 반찬도 장만하지 못하고,

배 고프다는 남편과 있던 반찬으로 먹었다.

오늘은 어제 도배 마치고 일주일 있어야  마르기는 하지만 벽에서 간격을 주면 된다 해서

다시 청소하고 소파 등등을 내고 분리해서 닦고 등등으로 오전을 보내서,

오후에 다슬기 알갱이를 반 정도 까서 오이, 배, 옥상표 한 뼘 길이 쪽파 초장 만들어 무쳐서

저녁에 새로 한 밥에 덛밥처럼 먹었다.

 

저녁 먹고 나머지 반을 까서 오후에 준비 해 두었던 채소를 넣고 국을 끓이는데, 남편이

물 먹으러 주방에 들어 와서  맛난 냄새가 난다고 했다.

단으로 묶어 파는 얼갈이는 뽑아내고 다시 심기를 반복하니 그리 맛난 것을 만나기 어려운데,

자경농이 텃밭에 심은 배추라  다듬어 씻는데 맛난 배추 냄새가 났고, 가을 채소들이라 끓이는

중이라도 맛나는 냄새가 났던 모양이다.

 

오늘 일을 하다가 슬쩍 물었다.

당신은 몇 살까지 살아 질듯 한가하고.

언질도 없이 느닷 없이 물었더니 머뭇거리더니, 팔십 정도는 살지 않을까?

일단은 아내가 있어 입성, 먹는 것 수발해 주고, 내 발로 걸어 다녀야 사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저 연명이다고 했더니 같은 생각인지 말이 없었다.

 

인생이 그렇다면 남편에게는 아내가, 아내에게는 남편이

노년의 부부들이 서로가 잘 하고 살아야 하는데, 다들 그렇게 살아질까?

자연산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이고, 다슬기 국을 끓이고,

육개장 국을 끓이는 것은  아내가 있으니 집에서 한 이런 음식도 먹는다 싶은

맘과 몸이 따뜻하라고 하는 것이다.

내 집에서 아내와 자식에게 대접을 받는 남편 할아버지들은 어디 나가서도 누가 보기에

귀 죽지 않고 남루하게 보이지 않지 싶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재래시장 건너 공원이 있고, 할아버지들이 모여들어 노신다.

저녁 해 거름할 때, 하얀 모시 주적 삼을 입고 부채 들고 집으로 가시는 노인 할아버지 한 분을

간혹 보는데 그리 아름답게 보인다.

아내 할머니가 얼마나 짭조름하시면 모시옷이 하루살이인데도 저렇게 입성을 관리해 드릴까 싶다.

 

남편이 나이가 들어가니 어떤 면에서는 그를 염려해서 내가 보호자가 일상에서도 된다.

공사를 하니 어떤 때는 자리도 걷어 내고 들 자리를 펴고 자기도 했기에,

낮시간에 뚜거운 면매트 하나 세탁하고 다 저녁때 남편 온수매트 커버와 내가 덮었던 춘주용 이불

을 세탁했다.

빨래를 널러 갈 때는 어두웠고, 전 같으면 남편이 내가 널고 올까 하면 대답을 했는데,

오늘도 내가 널고 올까 하는 것을 밤에 익숙하지 않은데, 휑하니 빈 공간이 아니고 화분들이 놓여 있으니

나처럼 어디 어디가 빈 공간인 것이 숙지되어 있지 않은데 싶어서 내가 널고 올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