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대파 뭇단을 안고 다니고,

이쁜준서 2019. 11. 4. 23:59


가을 고춧대를 뽑고 나서야 빈 화분이 생긴다.

한달여 전에 대파 3단을 화분에 묻어 놓았더니 새 뿌리가 나고, 금방 흙에서 뽑으니 연하고 좋았다.

이제 반 정도만 남았다.


오늘 월요장날,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고, 버스를 타고 오다 월요장 앞에서 내렸다.

친구는 김치 담근다고 배추 한단을 사서 갔고,

길 건너에 대파 뭇단을 파는 곳에서 한단을 샀다.

2,000원 하는 파 6단보다 더 무거웠다.

버스정류장이 파 산곳에서 4차로 도로만 건너면 되었고, 우리 집 앞 정류장도 집과 가까웠고,

어찌어찌 안고 타고, 내리면,

집 앞에서는 정말 무거우면 집에 가서 핸드카트도 가지고 오면 될것이고,

파를 담은 비닐이 파 길이보다 짧아서 1/3정도만 파단이 들어 갔다.

대파 단을 안고 차 타고, 내리고,

안고 집으로 왔다.

꽃다발도 아닌 것을 안고 왔다.


화분 3개에 나누어서 묻었다.

대파는 배추처럼 심는 시기가 있고,

늦봄이나 초여름에 심는 듯 했는데, 몇달을 자라야 제대로 된 대파가 된다.

시골에서 어린시절 자랐고,

학교까지 먼길을 걸어 다녔고,

부산에서 고등학생인 시절에는 계단을 40여개도 더 오르면서 물동이로 물도 이고 다닌 적이 있었고,

결혼해서 세탁기도 없고, 고무장갑도 없던 시절에 겨울에 많은 식구의 빨래도 찬물에 행구었고,

유모차 없이 아기 둘을 업어서 키웠고,

그런 시절이 있어서 체력이 딸린다 해도, 오늘도  약간 버겁게 안고 왔다.

그런데 파를 흙에 묻어주고 나서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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