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노년에 만난 사람들

이쁜준서 2017. 5. 3. 16:21


40대 초반에도 가끔 무엇을 배우러 다녔다.

그 때야 나가면 몇번 인사를 하게 되거나 옆자리에 앉으면서  약속을 해 밖에서도 만나기도 해  졌다.

16비트 컴퓨터를 도스로 도서관에서 배우면서 그 때는 한 컴퓨터에 2사람이 앉게 되어 있었는데, 나하고  동갑이고, 부산이 친정인 것도 같았다.

16비트는 우리가 끝반이고, 그 다음기에는 32비트 새 컴퓨터가 들어 온다면서 강사님께서 한번 더 들으시면 좋을거라 해서 같이 또 들었다.

밖에서도 친구처럼 가끔 만나서 점심 먹고, 다방으로 가서 커피 마시고 이야기  삼매경에도 빠지기도 했다.

그 시절은 그 이도 나도 핸펀을 가지지 않았을 때이고, 맨 끝에 만났을 때, 이사를 했노라면서 새 집 전화번호를 받아 와서,

나도 경기도 광주로 1년동안 가게 되었고, 어수선함에 전화번호 정리도 못했다.

그리고는 그이도 낮시간 우리집으로 몇번 전화를 했을 것이고, 그렇게 끝났는데, 지금도 한번 보았으면 하는 맘이 있다.


그 뒤 도서관에서 명심보감을 3번을 들었어도, 낯선 사람들과 옆자리에 앉으면 인사했을 뿐이고, 개인적인 친우관계는 맺지 않았다.

그 뒤 몇년 뒤에는 내 친구들과 가정요리를 배우러 갔다가 몇달 지속 되면서 우리 팀과 같은 조리대를 사용하던 사람들과는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고, 그 모임의 인원수는 적어 졌어도 4사람이 아직도 만나고 있다.

그 후로는 스포츠댄스를 배우러 다녀도 친구와 둘이서 같이 다녔는데, 굳이 낯선 사람들과 사귀지 않았다.


내 나이 59살 때, 좀 전문적인 교육을 몇달 들으면서 그 때 열살에서 16살 차이가 나는 사람들을 만났고,

내 나이가 많은 것이지 자기들은  그렇지 않아서  아직도 5사람이 재미나게 만나고 있다.

아마도 내 나이와 동년배라면, 개인적으로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싶고.


월요일 밤에 가는 곳에서 앞 전 기가 강의 3번 남아 있을 때,  일단 청강생으로 3번 들어 보고, 새 학기에 등록 하겠다는 사람을

보았는데, 그 날 전철에서 내려서 엘리베이트를 타고 보니 그 사람을 보게 되었다.

한참을 같이 걸어 오다가  헤어지지만, 어두운 밤 혼자 오기보다 든든하다 생각 하게 되었고, 5월 1일 새 학기에 자기 친구 한 사람과

함께 와서 등록을 했다.

같이 전철을 타고 오다 한 사람은 2정류장 전에 내렸다.

세 사람의 나이차는 한살씩이니 같은 연배이다.


나이가 들어서는 새롭게 사람을 사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했더니 아니다라고 우리 나이에도 우연하게 친구가 되기도 한다고 해서 세사람은 미소로 서로 쳐다 보았다.

월요일은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노력해서 공부란 것을 해야 하는 것인데, 그 두사람은  아주 열성적으로 빨리

진취적이 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아니라고 1.5기를 다녔지만, 나는 아무런 욕심도 없고, 잘 해야지 하는 욕심도 없다고 했다.

저는 선생님 말씀은 듣고 잊어버리고, 자꾸 잊어버리다 보면 몸으로 하는 일은 몸이 기억하게 되는 것처럼 감각이 생길 것이다 했다.


노년의 같은 연배들끼리 같은 방향이라 전철을 같이 타고 올 뿐이지 친구는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실 없는 농담을 하지 않으니 실 없는 농담을 하는 사람도 싫고, 장소 가리지 않고, 격에 맞지 않는 말 하는 사람도 싫고,

배우는 자리에서 옆에서 배우다가 말을 거는 것도 싫다.

자리가 여유가 있다면 앞 자리에 앉으면 거의가 앞에서 두번째 자리부터 앉으니  혼자서 앉을 수가 있다.

이번기에 컴퓨터를 한번 더 듣는데, 두번 들으면서 맨 앞자리에 앉았더니 옆자리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혼자 앉을 수 있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내가 신청한 컴퓨터 자기도 듣게 되었노라고 했다.

첫 개강하는 날 일찍 가서 늘 내가 앉은 자리에 앉아야 겠다.

강의 내용이 쉬운 것이 아니라서 옆 사람 말 대답하다가도 놓치게 되는데, 혼자 앉을 궁리부터 하게 된다.


이 나이에 외부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되지 않는다.

한 동네에서 신혼 때 만나서 아이들 낳고, 10여년을 살다가 40년도 넘게 만나오는 친구들이 있다.

그야말로 자라온 곳도, 나이도, 다 달라도, 또 고쳐지지 않는 단점들도 가진 사람들이라도 고쳐지지 않는 단점은 접어 두고

만나면 자식들 이야기, 남편들 안부도, 손주 봐 주는 이들이 있어서 그 손주들 사진 핸펀에 저장해서 서로 보여 주면서,

너무 오래 되어서 따지는 것도 없고, 있는 그대로 보아 주는 친구들이 있다.


노년에 만나서는  친구가 될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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