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나의 호시절

이쁜준서 2017. 4. 29. 10:28






젊었던 시절은 전업주부로 살았어도 바빴다.

처음 결혼해서 시집을 왔을 때는 5식구에 나를 보태어서 6식구였고, 첫아이를 낳으니 7식구가 되었고, 큰 시동생이 장가를 가니

살림이야 내어 놓았지만, 자주 모이니 8식구가 되고 아기를 낳으니 9식구가 되고, 또 둘째들을 낳으니 11식구가 되고

막내 시뉘, 막내 시동생이 결혼을 하니  집에 행사가 있어서 모이면 17식구가 되었다.

그 시절에야 청방이라고 포기도 요즘 배추에 비하면 아기 같은 배추로 김장을 담았는데,  우리 집만 담다가 결혼을 해 나가면

다 집에서 김장김치를 가져다 먹으니 김장 하는 날은 참 푸지게 했다.

시동생들이 분가를 했고, 시뉘가 시집을 갔어도 김장김치를 가져다 먹으니 살아 갈수록 일이 줄어 드는 것이 아니고, 더 많아졌다.

그렇게 살다가 고개 만대에 올라서서 땀 닦고 잠시 쉬는 것 같은 시절이 있었는데, 큰아이 대학생이 되고부터 였다.

일찍 도서관에 가야 자리가 있다고 학교에 태워다 주는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은 그 때는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을 다녔다.

길도 상그랍고, 멀기도 했지만, 가면 가야산의 기운은 너무도 좋았고, 쉬엄쉬엄 정상까지 올라 갔다  왔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부부에게 그 때가 호시절이였던 것이다.


살다보니 손주를 데려다 보살피게 되었고, 10여년 전 데리고 갔고, 그 세월도 호시절이였다.

이제는 내 몸을 자신없는 그런 세월의 문턱을 넘어서 살고 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맘이 다급해 진다.

오늘은 어제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던 친구가 전화를 해 왔다.

우리집에서 씨앗으로 발아 한 큰꽃으아리가 간지가 아마도 10여년이 되었지 싶은데, 2~3년 키우더니 꽃이 피었다 하더니,

올 해는 아주 꽃송이가 많이 왔다고 했다.

세지 않아도 꽃송이가 많이 왔다고 감탄을 할 정도이면 50여송이가 넘는다.

그런데 몇년 전 산 분홍으아리꽃도 나란히 화분을 놓고 두었는데, 그 분홍으아리도 꽃이 많이 와서 너무도 좋다고 했다.

생김생김을 들어보니 4월초에 화훼단지에 가서 찍어 온 그 분홍으아리 꽃 같다.

나는 그 꽃을 화훼단지에서도 처음 보았고, 아주 큰 것만 보았고, 그 꽃에 필이 꽂혔다고 하니, 나중 분갈이 할 일이 있으면

뿌리 나누기를 하던지 아니면 휘묻이를 해서 만들어 보겠노라 했다.


이질풀꽃을 구한다고 했더니 친구가 가져다 준 것이 오늘 꽃이 피었는데 이건 쥐손이 풀꽃처럼 생겨도 너무도 작다고 하니

좀쥐손이풀도 아니고, 미국쥐손이 풀인것 같다고 했다.

혹여 씨 맺힌 것이 보이면 이질풀 씨앗을 받아 달라고 부탁했고, 얼마나 좋아서 하는 말인것을 아니  알았다고 했다.

5월 둘째 일요일 만나기로 잠정적으로 약속 되어 있던 것은 만나서 밥 먹고, 산보처럼 걷다가 차 마시고 하자는 것이였는데,

그렇게  보내기는 시간이 아깝다고 남산 쉬운 코스로 올라가다 힘들면 되돌아  내려 와도 남산은 어떠냐?고 했더니 (경주에서

만나기로 되었있어서)

그것도 좋다면서 서로 암묵적으로 하루를 잡기는 했다.


젊어서는 아이들 결혼 시키고 둘이서만 살면 1박하는 여행은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점점 더 어려워 진다.

나만 나이가 먹는 것이 아니고, 남편도 나이를 먹으니 혼자서 밥  찾아 먹어라 하고 바람 쏘이겠다고 1박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그냥 하루 나갔다 돌아 올 수 있는 곳으로 살방살방  혼자서 다녀야 겠다로 맘 먹었지만, 그것도 변수가 있더라는 것이다.

자주 만나던 사이라서 둘이서만 만나니 그 친구와는 약속이 어렵지 않다.

4~5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지금도 호시절 일 것이다.



친정이 그렇더라,

엄니 계실 때도 자주는 가지 않아도 갈 곳이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여동생, 남동생이 부산에 살고 있다. 젓갈을 담으러 가서도, 하루 잠깐 놀러를 가서도 바쁘니 전화도 하지 않고  온다.

즈그들이사 나이 차가 나는 언니이고, 누나이니 즈그 짝들까지 만나면  공손하고 대접을 할려고 한다.

본지가 하도 오래 되어서   다음번 부산에 가면  내 볼일 마치고 전화 해서 만나고 와야 겠다.

아직도 세상 소풍길 마치신지 10년이 지났건만 엄니 말이나 생각을 하면 눈물이 고이고, 끝내는 눈물이 흐른다.

그립다.

내 아이들에게도 나도 그런 대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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