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차분하게 내립니다.
겨울 내내 동면으로 자기 생명을 보호 했던 식물들의 잠을 깨울려고 바람도 멈추어 주었고, 속삭이듯이 옵니다.
이제 봄이야 일어나 일어나 하고 엄마가 어린 아기 깨우듯 합니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작은 동그라미가 퍼져 큰 동그라미가 만들어 지고 그 동그라미가 없어지기 전에 또 작은 동그라미가 생기고,
아마도 우리 귀에 들리지는 않아도 자연이 주는 봄의 운률에 따라서 봄을 동그라미 잔치로 열어 가는 것 같습니다.
산에서의 봄은 땅아래로부터 올라 오는 것 같았고, 바다의 봄은 하늘에서 내려 오는 따뜻한 햇빛으로부터 와서 바닷물에 담는 듯 했습니다.
감포로 가던 차 안에서 시간은 제법 길었습니다. 빨리 갈 필요도 없었고, 길도 1시간 가량 더 운전을 해야 하는 쪽으로 접어 들었습니다.
저는 조수석에 앉았고, 뒷 자리는 또 두 사람이 앉았습니다.
차 안이라 네 사람이 말을 해도 대화가 이어 지고, 앞 좌석의 사람이 또는 뒷좌석의 사람이 별로 흥미가 없으면 각각 이야기를 하고
야산 속으로 길이 뚫여 있고, 그 속으로 차는 가고, 야산에는 봄빛이 내려서 옅은 안개가 낀듯했습니다.
그런데 그 색은 안개 색인듯, 어딘지 모르게 분홍색인듯 했습니다. 그색은 봄의 색이어서 그랬지 싶습니다.
운전을 하는 친구가 올 해 환갑 나이입니다. 초등 동창생들의 남녀가 만나는 모임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여자 친구들이 이제 60도 넘은
나이에 내가 뭣을 가릴 것이 있느냐? 이제는 내 자유로 살고 싶다면서 거침 없이 술도 먹고, 말에도 경계를 두지 않아서 그러지 말자고
"세상 다 산 것도 아닌데 며느리 보고, 사위본 우리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더 격이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 고 했다 합니다.
" 니는 언제나 그렇더라 지금까지 남편 비위 맞추고 남편 시집 살았으면 되었지" 라 하더라고 했습니다.
저도 운전하는 친구의 생각과 같고, 저가 나이가 한참 위이기도 합니다.
60대도 금방가고, 70대는 눈 깜짝 할 사이에 간다고 하고, 80대는 체력적으로 노쇠해지기에 어쩔 수 없이 살아 가는데,
가만히 있어도 외모부터 생기가 줄어 드는데, 격까지 떨어지게 덧칠까지 하지는 말아야지요.
강추위날 인도에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아파트 상가 슈퍼에서 나오는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상의 단추도 채우지 않고, 술김에 추운 줄도 모른는지 갈지자 걸음에
욕지거리를 하고 마주 옵니다.
전철에서 내려 공부 하는 곳으로 오는데, 남루하게 옷을 입은 80대쯤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또 욕을 하면서 걸음거리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것은 그 욕지거리 뿐이였습니다. 일단은 무서워서 떨어져서 피했습니다.
그 때가 어둠이 내려 앉으려 하는 때였습니다.
지금도 저 모양새라면 젊어서 저 사람의 안사람은 평생을 지옥처럼 살았겠다 싶었고, 술이 취하지 않으면 데쳐 놓은 나물처럼
힘이 다 빠져 식구들 눈도 못 마추지 싶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더 술을 마시겠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있는데, 무지개 빛이 무수하게 차이 나는 색이라 하던데, 사계절로 뭉덩거려서 불러서 그렇지
그 중간 중간 신춘에서 초봄에서 초여름까지만 해도 자연의 색은 다릅니다. 꽃이야 본시 제 색이 있고, 그 모습도 각각이지만,
잎눈이 트이고 잎눈이 초록으로 점점 진해지고, 각 계절이 진행 되면서의 색은 다 다릅니다.
그러나 단풍이 들고, 떨어져 끝내는 썩을 것이라도 아름다움은 있습니다.
인생의 노년도 단풍이 되어서 아름답다 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이 격 떨어지게 해서 초라하지는 않아야 한다 싶습니다.
초봄의 비 오는 날 동그라미 잔치는 운률이 있어 보는 이 맘도 즐거워 집니다.
역시 봄이 최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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