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여름.....1 (땀띠)

이쁜준서 2010. 6. 15. 23:44

어제 저녁 때는 나왔던 땀띠도 쏙 들어갈 정도로 시원하게 소낙비가 내렸다.

하도 비가 오지 않았고, 햇빛은 쨍쨍 내리 쪼이기만 하고, 시장에 나오는 텃밭농사 고추도 고추포기에서 고드러진

그런 고추가 나올 정도라 시원스런 소나기가 올 수 있음도 잊고 살았던 참에.

 

솔이들 방에 갔더니 벌써 솔이들이 땀띠가 났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준서에미가 살이 물러서 어릴적 땀띠가 많이 났다.

땀띠가 몸에까지 나 피부가 짓무르기도 해, 서울 친정 삼촌댁에 다니러 갔다가, 서울 어디엔가 약국을 찾아 갔고,

서울에서는 피부병으로는 유명하다는 그 약국의 연고로 그 해 여름은 수월하게 넘어 갔고,

고등학생일 때까지도 자잘한 땀띠는 줄어 들었어도 코에 왕땀띠가 나고, 곪고 그리 했었다.

땀띠란 더우면 숨었다가도 올라 오고, 시원해지면 언제 그랬냐듯이 쏘옥 들어가 버리고... 그러다 곪기도 하고....

준서는 하마 한번 땀띠가 몸에 나기도 했었다.

견학을 갔다와 힘이 들었는지 자다 더우면 이불을 차 던지는데, 너무 피곤하니 밤새 이불을 꼭 덮고 자다 땀띠가 났던 것이다.

마침 준서할미가 가 있던 때라 자주 씻기고, 낫게 하고 왔지만,

 

 

 

 

내 고향에는 육이오 때 미군이 잠시 막사를 짓고 있었던 세멘트 바닥만 남아 있는 곳이 있고,

그 세멘트 바닥만 있어도, 예전부터 불러 오던  미군부대라고 불렀다.

그 당시 시골에서는 집도 흙벽, 타작하는 집 마당도 흙, 온통 잔 돌들이 삐죽이 튀어 나온 마을 길도,흙이었기에,

맨들맨들한 세멘트 바닥은 특별한 것이였다.

일제 시대에 지었던 초등학교 교실도, 복도도 마루로 되어 있었고. 운동장도 흙 마당이었고....

 

그 세멘트 바닥은 가을이면 나락을 말리고, 초여름 보리타작을 하면 또 말리기엔 참으로 좋은 곳이기도 했고,

여름이면 마당에 덥석을 깔고 모깃불을 놓고 잠들기도 했지만, 마당에는 어른도 아이도 다 있어,

아이들이( 다 초등학생인)  밤에 갱변으로 가 목간을 하고 미군부대로 몰려 와 놀다가 그 세멘트 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런 세멘트 바닥이 몇개가 되었으니, 여자아이들이 자는 곳, 남자 아이들이 자는곳, 집성촌이어서,

다 아재비이고, 조카 사이이고, 종형제, 재종형제들이었으니, 여자 아이들만이라면 무서워 잠을 못 잤을 것인데,

남자 아이들도 있으니 이불 하나 없이 누우면 일단 바닥은 따뜻하고, 아무리 더운 여름 날이라도 철길 옆 들판이니 위는 살랑이는 바람이라도 있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슬을 맞아 몸이 무겁기는 해도 시원하고 재미나서 여름 밤에는 가끔 잠을 자기도 했었다..

모깃불은 어김 없이 피워 놓고.

이불이나 베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여름방학 때 쯤이었으니, 학교 갈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늦도록 놀다 잤으니, 해가 뜨면서 그 열기에 이마의 땀띠가 따금거려서

눈을 뜨면 하마 해가 올라 와 있었다.

엄마, 아빠는 도시에 살고 있고, 서너살 아기를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께 맡겼는데, 몸에 어찌나 땀띠가 많이 나서

그 할머니 샘물에 아기를 씻기고 또 땀띠가 올라오면 또 샘물에 씻기고..... 그렇게 하다 그 당시 어른들 말씀으로

땀띠가 속으로 들어가 아이가 병이 나 도시의 큰 병원으로 갔다면서, 일이 없어 탈이었다 하셨다.

들일을 나가야만 하는 집이 었다면 아이를 그리 씻기고 건사하지 못했을 것이니....

 

그 당시는 땀띠는 한 여름 자라는 아이들 누구나 다 여름이면 치루는 일상사일 뿐이었으니....

그 당시 하늘만 쳐다보면 계절에 관계 없이 밤 하늘의 별이 반짝 였지만,

여름 밤  마당의 덥석에 누워, 또 미군부대에 누워 은하수 흐르던 밤 하늘의 별 보기도 한 여름의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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