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뭉칠까? 뭉치자!

이쁜준서 2009. 5. 27. 14:34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10여젼 전에는 새 동네였다.

논이, 밭이, 산이 깍여서 택지로 분양이 되고, 그 택지에 집을 지었는 그런 주택가 였다.

 

개발 되기 전 땅이 들어가 보상으로 받은 택지에 집을 지은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새 동네였었다.

같은 소방도로를 두고 있는 다섯 집이 어울려 친구가 되었다.

새 동네가 아니였더면 바로 그렇게 친구가 되기 쉽지는 않았을건데, 기제사 다음날은 그 집으로 가 점심을 먹었고,

모여서 막창을 먹으러, 고기를 먹으러  가기도 했고, 그러고는 노래방도 가고 그랬다.

오늘 저녁 뭉칠까?  뭉치자! 로 통했던 아지매들의 저녁 파티....

 

그 다섯집 중에 준서할미와 두 집이 옥상에 채소를 길러 먹었는데,

초여름에 들어 가면,우리가 가서 놀기 좋은 한 집 옥상으로 모여서

숫불을 피우고는 왕소금을 술술 뿌리면서 돼지고기 생목살이나, 생 삽겹살을 구워서 먹고, 때로는 부추전도 하고....

그 외의 먹을거리가 있으면 오면서 자기집의 것을 가지고 오는데, 어떤이는 쌈장을, 어떤 이는 장아지를...., 어떤 이는 과일을....

해가 질려 하는 때 옥상 바닥에 물을 뿌려 바닥을 식히고는 자리를 깔고 집집마다 담아 놓았던 매실주나

포도주를 들고 와서 그렇게 먹었다.

해가 지고나면 바람도 솔솔 불어어서 배는 부르고, 마음도 넉넉해지는 그런 저녁 파티였다.

 

살다보니 이사도 간 집이 생기고, 또 우리들도 나이가 들어 일이 겁나고, 가끔 만나도 식당으로 가고,

노래방도 시들해져서 가지 않고, 그러다보니 요즘은 만난지가 꽤 오래 되었다.

 

내 자식들을 결혼 시키지 않았을 때는 여유가 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었던 잠깐 인 그 때에.....

대학생이거나 직장생활을 하면 저녁 식사도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 오고 또 객지로 가 있기도 하니까,

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식사에 살림살이에서는 해방이 되는 면도 있다.

등산도 그 시절 많이 다녔다. 먼산도, 높은 산도....

 

그런 때의 일이다.

이제는 며느리가 출산을 해서, 영감님이 수술을 하셔서, 아니면  본인들이 병원 치료 중일 때도 있고....

손주들을 거두어 주어야 해서...

아지매들의 저녁 파티이지 할머니들의 저녁파티는 않되더라는 것이다.

 

다섯명이 모이면 세명이 술을 먹었는데, 세명이 소주 세병을 먹으면 노래방으로 가 신나게 노래 부르며 놀았는데,

이제는 그런 신명이 나질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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