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잠이 깨니 주룩주룩 비가 오고 있었다.
어제는 참기름을 짜러가고, 아침에 산보를 나가고, 오후에는 야산을 갔었고, 저녁 식사 전에는 옥상의 비설거지를 하고...
산에만 갔다 온것도 체력을 넘어선 것인데, 참기름을 짜러가고, 옥상 비설거지까지....
빗소리에 잠이 깨는데, 그냥 새벽 5시에 일어 났을 때 비가 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그 후 계속해서 주룩주룩 비가 내렸고, 뒷베란다에서는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컸다.
옥상의 붉게 익은 개량보리수 나무 열매를 우산을 받고 따고는 텃밭에 갈 때 목, 얼굴을 가리는 작업모를 쓰고는
비를 맞으며 옥상 청소를 했다.
가뭄이 오래 계속되어 수도물을 틀어서 옥상을 한바탕 씻을 수도 없었고, 비 다운 비가 오지 않았으니,
물이 내려 가는 가쪽은 아주 미세한 흙이 모여서 깨끗하지 못했었다.
빗자루로 쓸어서는 늘 그 모양이었다.
물은 하늘에서 뿌려 주시고, 빗자루로 문지르며서 씻어낸 다음의 깨끗함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엎드려 일을 할 때는 등이 차거운 줄 모르겠고, 어쩌다 일어서면 등에 빗물로 밀착되었던 옷이 떨어질 때는 약간 약간 추웠다.
다 마치고는 샤워기로 직접 몸에 대기는 떠거울 정도의 물을 몇번 덮어 썼더니 등이 따뜻해지고, 개운해 졌다.
빗 소리 듣는 것도, 주룩주룩 오는 비를 보는 것도, 날비를 등쪽으로 맞으며 일 하는 것도 다 기분 좋았다.
빗줄기를 보면서 먹는 커피는 향도 맛도 일품이었다.
옛말에 등 따시고 배 부르고.... 더 이상 바랄것이 없을 때 하는 말이다.
맘이 불만 없이 따뜻할 때 배가 불러야 행복할 것이다.
햇빛을 좀 덜 받게 하는 화분들은 현관 앞 한쪽으로 두는데, 그 화분들도 비를 맞으라고 다 앞으로 내어 놓았다.
비가 올 때 계단 청소도 하고.
화분들도 내 기분 같았을 것이다.
물을 준다고 해야 뿌리에 주는 것이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온 몸에 맞는 것은 잎도 꽃도, 뿌리도 다 흡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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