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미안한 맘으로...

이쁜준서 2008. 12. 18. 08:17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에 이웃이 전화를 해 왔다.

"히야 아침을 몇시에 먹었노?"

"무슨 반찬 해 먹었노? ( 장난이 치고 싶어서 개구리 반찬이라 할려다 말았다)

"언제나 그 시간에 먹나?"

"내가 짜장을 뽂았는데, 두 때 먹고 나니 생선이 구워 먹고 싶은데 남았다 좀 주까?"

  (뭐하고 먹었느냐는 물음에 김장김치하고 먹었다 했더니 이어진 말들이다."

"반찬은 많이 있다. 준서외할아버지 생일이다 내가 김장김치가 먹고 싶어 김치만 먹어서 그렇다"

"그러면 히야 집 반찬은 영래씨 집에 좀 주고, 짜장 갖다 먹으라"

"내가 냄비가지고 가께"

"빨리 와 머리에 염색을 했다" (머리 감을 시간이 되었던 모양이다,)

 

뭐하러 짜장을 만을었노? 자시고 싶더나? 라 했더니,

"먹고 싶어 했어도 두 때 먹고 나니 많다"

"히야는 못떼다, 먹으라 해도 먹지 않고, 주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 그래 내가 좀 못떼다, 나도 안다. 아무 때나 먹지도 않고, 얻기도 싫으니"

 

실은 짜장도 갖고 오기는 싫었는데, 성의가 고마워 갔었던 것인데, 어디서 얻었다는 갓김치를 내어 놓고 또 가지고 가라했다.

비닐 장갑을 끼고 내 손으로 조금 담아 왔다.

비위가 약해서 고등학교 1학년 말인가 2학년 때에서야 남의 반찬을 먹었다.

우~ 하고 모여서 먹긴 했으나 내 반찬이 떨어지면 소금을 갖고 가 뿌려서 먹었지 남의 반찬을 못먹었다.

그 때는 음식이 귀하던 시절이고, 보통으로 사는 우리들이 그리 포스럽게 키우지도 않았는데, 그냥 비위가 약했던 것이다.

차멀미도 심하게 했고, 껌이나 치약의 냄새가 어쩌다 들숨과 함께 넘어가면 지금도 비위가 상하니까.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

작년에는 단감이나 사과나  배를 사다 놓으면(청과도매상에 가면 한참에 사 온다) 밥은 조금 먹고 과일은 수시로 먹었다.

그랬는데, 올해는 과일도 남아나고, 뭐가 먹고 싶으면 차 한잔 마시면 그만일 때가 많다.

 

갈 일이 있어, 그 집에 가면 삶은 고구마, 과일, 땅콩등이 있다.

먹어라고 권하기도, 갖고 가라고 삶은 고구마나 과일을 줄려 한다.

간혹 커피한잔은 먹고 올 때도 있지만, 다 사양하니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도 혼자 산다 싶어 맘으로는 준서할미가 챙기고 산다.

 

늘 외롭지는 않다 하면서도 혼자 살기에 외로운 사람이다.

내가 자기를 챙기는 것보다 맘으로는 나를 더 챙기는 그 아우를 고마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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