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서의 친구 옆집의 개 "복실이" 가 우울증에 걸렸다.
복실이의 주인의 말이다.
준서가 가기 직전에 강아지를 한 마리 구해 놓았다면서 준서외할아버지 준서를 보내고 섭섭한
맘에 도움이 될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아들이 구미에서 직장을 다니는데, 그 사무실에서 좀 있으면 실내에서 키우는 애완견인데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준서할미) 키우지 않는다고 했더니 아들보고 가지고 오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을
했었는데, 3일전에 가지고 왔다.
그런데 낳은 강아지를 키워서 주는 줄 알았는데, 그런게 아니었고, 임신한 임산부가 개를 두마리
키우다 곧 아기를 낳게 되니 처리하기가 힘이 드니 친척을 통해서 아들의 사무실에 부탁을 했었고,
그리 그리 되어서 우리 옆집까지 오게 되었던 모양이다.
6개월 된 강아지라 하는데 거의 다 큰것 같았고, 생판 모르는 집에 왔으니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강아지 주인은 키우던 강아지를 보내니 목욕도 시켰는 것 같았고, 털도 다 새로 깍이고 해 보낸 것
같았다.
아주 짤막한 털이 빠지기는 했지만 복실이에 비하면 빠지는 것도 아니였다.
강아지를 살려면 몇 십만원이 들어야하는 애완견이라 했다.
강아지가 하도 벌벌떠니 겨울이라 바닥에서 자는 그집 큰딸이 팔에 따뜻한 모직마후라를
감고 팔베게를 해 첫날은 재웠다고 했다.
이제 그 집에서 오늘이 세밤을 자게 되는 터이고.
복실이를 그 집에서는 "야시"라 부른다.
그 집 아저씨를 따라 야산으로 놀러 가면 큰개이건, 작은 개이건 복실이가 먼저 집적여서
친구가 되어 딩굴고 놀아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그래 친구하라고 복실이를 (복실이는 옥상의 창고에 풀어 놓고 키운다) 거실로 불러 들였더니
아무개나 좋아하는 놈이 새로온 개를 물어 뜯어려 했다 한다.
복실이는 다 컸지만 다리 길이도 짧고 중개 정도이지만 새로 온 개보다는 배 배나 크다.
그랬는데, 나간 복실이가 밤이 되니 현관문을 긁으면서 짓어보다가 그 다음날(어제와 오늘)엔
기가 죽어 주인이 올라가면 공놀이를 하자고 공을 물고 오고 반가워 펄쩍 펄쩍 뛰어오르고
그리하는데 제 집에서 불러도 나오질 않고, 사료을 주어도 먹지도 않는다고 했다.
딱 한번 개 한마리를 한 3년인가 키우다 다른 강아지를 다시 같이 키우게 되었다.
처음엔 물어 죽일 듯하더니 몇일 있으니 큰개가 주인이 되고, 새로 온 강아지는 노루처럼
얄팍하게 영리하게 생겼는데, 거의 1년 정도 같이 키워도 아주 둔치였다.
생긴것 하고 딴판이라 했는데 이사를 오면서 따로 따로 키우는 집을 물색해 보내었는데,
둔치를 받아 키운 댁에서 어찌나 개가 영리한지 놀라울 정도라 했다.(한참 뒤에)
골목을 돌면서 과일 행상을 하는 분들이 데려 갔는데, 처음에 가 대문 밖으로 나가 똥을 누었는데,
그 집 할머니가 불려 나가 그 골목 아줌마들과 싸움이 되었다 했다.
그리해 할아버지가 "재롱이" 니 때문에 저리 할머니가 혼이 나니, 이제 그러지 말아라 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어디에 가서 똥을 누는지 골목에서는 누지 않는다 했다.
"재롱이"가 둔치가 아니고, 큰 개가 있으니, 저는 그냥 둔치 노릇으로 서열이 정해진 것이였음을
알게 되었다.
복실이가 텃세를 부렸지만, 저는 밖에서 있고, 새로온 것은 집안에 있으니 아마도 삐친 모양이었다.
복실이의 집에서는 우울증이 걸렸다고 했었고,
개의 마음도 이러할진데, 사람의 맘은 어떨까?
복실이가 준서를 저보다 낮다고 생각했지 싶다.
내가 가면 3층에 놀다가도 나를 맞으러 마당으로 내려 온다.
준서가 가면 너무 좋아서 어쩔줄 몰라 끙~끙 신음소리까지 내고 오줌도 쌌다.
(오랫만에 만났을 때 하는 행동이다).
아기라고 복실이도 준서가 귀여워 그랬지 싶다.
그러면서 풀쩍 뛰어 올라 준서의 어깨에 두 발을 얹기도하고, 얼굴에 혀를 대기도하고,
그러면 준서는 웃으며 복실이는 만지고 싶고, 감당은 않되고, 할미에게 안겨서는
"뽀뽀하지마, 뽀뽀하지마" 라 하면서도 "옆집 할머니가 꼭 잡아주면 복실이를 만지며 놀았다.
복실이는 준서의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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