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왜 꽃을 키누냐고?

이쁜준서 2022. 3. 16. 08:00

 

오늘 지인과 (생각의 높이가 비슷한) 전화 통화를 오래 했다.

너무도 힘겹게 생활 해 왔고, 그러다 큰병으로 고생을 했고,

건강을 찾아 몇년 지내다,

2년전에는 시어머님, 시아버님, 친정 아버님 또 자식 같은 반려견을 보내게 되었고,

그러고 나니 멘봉이 오더라고 했다.

작년 가을 결단을 내렸다 했다.

서울에 살던 집을 세 놓고, 제주도로 세 얻어서 이사를 했다고.

올레길도 다 완주 했고, 요즘은 오름을 찾아 다닌다고.

제주 토박이 분이 제주에 뭐 볼 것이 있다고, 3개월이면 충분할 것을 2년 살이까지

할려고 하느냐? 하더라고.

살면서 찾아 다니다 보니 제주의 자연을 사랑하게 되더라고,

관광을 와서는 제주의 진면목을 볼 수 없다고 했다.

나보다 10살 적으니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적당한 때에 자기 자신을 위해서

용단을 내려서 부부가 같이 갔는 것을 참 잘한 일인듯 했다.

그이도 쉽지는 않은 결단이었다 했고,

온라인 꽃 카페 "명일원" 에서 가져 온 사진 1

 

 

우리시대 석학 한분께서 내가 살아 온 날을 돌아 보면  예쉰다섯에서 일흔다섯까지가 

제일 행복 했노라 하셨다고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내 나름의 이해로는

65세 이전은 책임이 끝나지 않았고,

75세가 지나면 여기저기 아픈 곳도 생기고, 또 에너지가 밭둑의 흙이 조금씩 흘러 내려

무너지듯.

건강이 허술 해 지고,

그 10년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 수 있고,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건강도 있어서가 아닐까?

명일원에서 가져 온 사진 2

 

분갈이 연이어서 오늘까지 3일 했다. ( 일주일 전에 하루 한 것은 모종을 심은 것이였고)

그래 보았자 하루 3시간 정도 옥상 일을 할 뿐.

일 하다 점심 챙겨 먹는 것이 힘이드니 아예 점심을 먹고 하는 것이다.

오늘 밤에는 다리가 아프면 먹는 진통소염제 약을 먹었고,

허리에도, 아픈다리 허벅지에도, 무릎 뒤에도 파스를 붙였다.

무릎이 아프면 파스를 무릎 뒷쪽에 붙여야 한다 해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 오면서 파스를 한꺼번에 제일 많이 붙였다.

명일원에서 가져 온 사진 3

 

여리고 어린 모종은 분갈이 흙에 심어야 한다.

1차 사와서 다 사용했기에  다시 분갈이 흙을 사왔고,

오후에는 주문한 모종들이 왔고,

내일은 폿트 모종들을 분에 심어 주어야 한다.

 

능률이 오르지 않아서 그렇지 잘 아는 일이니 꾀를 내어서 할 수 있다.

남편이 팔이 아프다 아프다 하고 병원도 몇번을 다녔는데, 요 몇일은 더 많이 아픈 듯 해서

내가 움직이면 거든다고 나설까 보아서 야산 걷기 나간 후에 혼자서 사부작 사부작  한다.

 

토요일에는 친구 2명이 화초를 가지러 온다.

겨울 초입에 실내로 들일 때는  남편이 무거운 것 2개를 옥상에서 내렸는데,

지금의 상태로는 않되고, 나도 않되고, 이웃 친구까지 세사람이 있으니

누가 하던 화분 4개는 옥상에 올려 놓을 것이다.

 

명일원에서 가져 온 사진 4

 

그렇게 무리가 되는데 꽃을 왜 키우냐고?

' 다음 판' 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도모 하기에는 지금 현재 나로서는 꽃을 가꾸는 일 밖에 없다.

심어주고 분갈이 해 주고 하면서 자라는 초록이들도 ' 다음 판' 이 계속 연이어지고,

그러다보면 꽃이 피고 지고 하는 ' 다음 판' 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왜 새로운 식물을 자꾸 들이냐구?

아마도 ' 기대감 ' 일 것이다.

2022년 3월 15일 사진1, 2, 3, 4, 번의 글라디오라스  주문 했다.

이 카페는 비 회원에게도 전화로 문자로 주문이 되는 곳이라 간간이 꽃을 사 왔던 곳이다.

올 해 꽃 구입은 이것으로 끝이 날 것이라고.

' 풍접초' 씨앗이 와 있다.

 

 

꾀를 부려 가면서 해도, 션찮은 신호가 오면,

이 흙일을 해야 하는 기간에는 어쩔 수 없이 약도 먹고, 파스도 부치고,

그렇게 조절하면서 일을 하면,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 하게 살 수도 있고, 행복 해 지는 것이다.

어제부터는 두터운 이불을 세탁하고, 얇은 이불을 내어 놓고,

오전의 사브작 사브작 하는 집안 일도 이어 진다.

 

남편 야산 걷기 운동 가기 전 점심도 함께 먹었고,

간 다음에는 샤워하고 입을 옷도 챙겨 두었고,

분갈이 흙 사러 나갔다 재래 시장에서 얼갈이 배추 사 와서

다듬어 씻고, 데치고 나물 많이 넣고, 된장국 비슷하게 끓여서 저녁을 먹었다.

 

파스를 붙이면서  내가 나에게 물었다.

왜 꽃을 키우냐고?

충분한 대답이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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