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아짐씨들의 수다

이쁜준서 2017. 11. 2. 06:26

 

 

 

몇일 전 걷기 운동 나가서 흐드러지게 핀 산국

 

 

참기름을 짜러 가면 앞 도로가 12미터 소방도로이고 재래시장으로 들어 가는 길이라 중간 중간 차 통행이 막은 곳입니다.

자동차가 전용으로 다니는 길이 아니라서 가게 앞이 여유가 있습니다.

기름집 앞에 앉을 의자도 있고 아짐씨들이 앉으면 모르던 사람끼리도 사는 것을 비슷비슷하게 살아 왔으니

알고 있던 사람간에 대화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몸이 개운하지 않아서  거실에서 추울 때 입는 오래 된 상의를 걸치고, 신발도 운동화 신기 귀찮아서 여름샌달 신고 갔습니다.

빨간 점퍼에 운동화가 무지개 색갈처럼 여러색이 가로줄로 들어간 고운 것을 신었기에 유심하게 보았더니 메이커 신발이었습니다.

그 아짐씨는 맥락도 없이 눈에 보이는대로 이야기를 합니다.

건너 구제품 파는 곳을 보더니 요사이는 옷을 태워주지 않으니 헌옷 수거통에 넣고, 그 옷을 모아서 파니 죽은 사람 옷을

산 사람이 사 입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니 또 구제품 상회를 거쳐서 산 사람이 사 입고라 합니다.

말로 들으니 으시시 했습니다.

우리들이사 그 사람이 이야기 하니 구제품 파는 곳을 흘깃 한번 보았을 뿐인데 쉴사이 없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구제품 상회를

보고 있었던지 바로 앞으로 걸어 오는 사람이 빨간 니트조끼를 입고 오니 저 사람 구제품 사 입고 온다.

자기가 빈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 봐라 옷에 주름이 있지 않느냐? 합니다.

 

 

 

 

이 방아깨비도 가을이 익으면 저도 몸 색갈이 변하던데

옷도 갈아 입지 못하고 떠났나?

 

할머니들께서 종이 박스 주으러 다니면서 기름집 앞 박스 보고 주어 가도 되나?고 묻고 주인은 안에서 크게 가져 가라 했지요.

허리가 아프신듯 얼마 되지도 않은 것을 엎드려 주워 올리면서 끙하는 신음을 했습니다.

채 돌아 서지도 않았는데, 저그 주어 보았자 돈도 되지 않을건데 약값이 더 들어 가겠다 하니,

또 한 사람이 습관이라고, 저렇게 줍는 사람은 눈에 보이면 주워야 하고, 집에 있어도 박스가 눈에 선해서 주으러 나가야 한다고

맞장구를 칩니다. 그러니 맞아 맞아라 합니다.

맞장구를 치던 사람이 또 한 말을 보탭니다. 박스 줍는 사람들 중에 집 없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저가 한 말 보태었습니다.

박스값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남자분들 자전거나 리어카 가지고 줍던 것을 그만두고 전동차를 타고 다니시는 아지매들이 세사람 보이더라.

몇푼 되지 않아도 주우면 보탬이 되어서 나오겠지라 했더니 나도 나도 보았다 합니다.

집이 있어도 재활용품을 주으러 다니는 사람도 있고, 정말로 생활에 보탬이 되어서 나오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큰 부자도 아니면서 거저 생활에 주름 없이 사는 것으로 콧대를 세우는 것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기가 잘난 것 같은 모양입니다.

그래보았자 평생 즈그 먹고 입고 살았을 뿐이겠던데,조금 남루하다고 남의 소리 쉽게도 한다 싶었습니다.

 

 

 

 

    

한줄기 떨어지 것을 얻어다 기른 것이 몇년

올 해는 자꾸자꾸 가지가 나오더니

이 작은 화분에서 화관을 만들었다.

 

 

    기름 고추 파는 방앗간에 들깨, 참깨, 건고추 포대 들고 오는 사람들은 그래도 먹고 사는 것에는 걱정 없는 사람들입니다.

제철에 깨 한말이나 두어말, 고추 몇십근을 사 두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한 아짐씨는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전에는 미수가루 하러 올 때 집에서 쪄서 말려서 가져 왔지만, 이제 내 몸이 아프니

생 곡식 그냥 가지고 오면 여기서 씻어서 볶아서 만들어 주는대로 가져 간다고 했습니다.

참기름, 들기름 들깨 거피를 하러 왔는데 딸은 주면 엄마 먹으라고 나는 사 먹으면 된다고 가져 가지 않는다 합니다.

며느리는 한병 주면 한병 더 달라 한다고.

 

며느리가 제 형편만 세워 욕심을 내는 것 같아도 내 아들이, 내 손주들이 먹을 것이니 욕심을 내어도

주고 싶은 것이 엄니자리 맘이다 싶었습니다.

정말 허리가 많이 아픈지 우리 영감은 밥보다 미수가루 우유에 태워 먹는 것을 더 좋아 한다 했습니다.

제대로 반찬 챙겨서 밥을 해 주지 못하니 그렇게 변했을 테지요.

 

내 몸 성해서 이런 저런 가사일 챙기고 따뜻한 밥상 올리고 하는 것만 해도 행복하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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