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한창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곳에 살랑이는 바람이 불면....

이쁜준서 2015. 8. 23. 06:00

 

오후 4시경인가?에 이웃 친구가 전화를 해 왔다.

(텃)밭에 배추 모종을 심을 것인데, 놀러 갈려는가? 였다.

가서 안 것인데, 들깨 잎을 따 가라는 것이  속 맘이였고,

준서할미 속 맘은 들깨잎은 생각지도 못했고, 두 사람보다는 한 사람이 더 있으면, 배추 심을 것에 주전자로 물이나 부어

주어야 겠다는 것이 속 맘이여서 간다고 말하고는 바쁘게 긴바지, 긴팔 남방으로 갈아 입고,

장화는 들고, 바쁘게 내려 갔다.

 

 

 

 

 

 

 

배추 한판 심는 것은 금방 끝나는 것이고,

다 저녁 때인데도, 간식거리로 가지고 온 삶은 감자와 커피 한잔을 하고는  서너차례 비에 들깻잎이 부드러워 져서

따는 기분이 더 좋았다.

 

19일 청도5일장에서 사온 깻잎은 두 가지 장아지로 담아 놓았고,

오늘 딴 깻잎은 파랗게 데쳐서 진간장, 액젓갈 넣어서 양념 간장 맛나게 해서 담을 생각이다.

햇빛이 강하고, 가뭄이 계속 될 때에는 들깻잎도 강한 햇빛에 화상을 입지 않으려고 뻑시게 자라기에 그 때의

들깻잎은 뻣뻣해서 쓰일데가 없고, 그대로 노랗게 단풍이 들면 연해지니, 단풍 든 들깻잎을 따서 소금물에 삭혀서

젓갈 양념으로 들깻잎지를 만들게 되는데, 몇일 비가 줄금 줄금 와서 연한 들깻잎을 따 왔다.

 

 

 

 

이모작의 자소엽 잎도 쌈거리에 한 잎 얹을 정도로 자랐다.

실제는 사진보다 더 자색이 짙다.

 

 

 

들깻잎이사 적당한 것이 없으면 않 먹으면 그만인데, 녹색 들깨 포기가 바람에 살랑이는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땅콩도 잘 자라서 바람에 녹색물결이 잔잔하게 일렁 거렸고, 몇일 전 뿌린 무 싹이 발아 되어 있는 모습

봇도랑 문을 열어 놓으니 물이 밭으로 흘러 들어 와 고이는 모습,

사래가 조금 긴 밭인데, 돼지감자는 저 쪽 끝에 얼마나 키가 커든지,

 

어린 시절의 고향 생각이 났다.

아니 어린시절 생각이 났다.

 

핸드폰을 아예 가방에 넣어 승용차에 넣어 두고 일하는라 사진 한 장 찍지 못했다.

 

 

 

내 어린 시절의 그림 1

 

내 고향 예전 우리 논이였음직한 논주변 풍경

 

 

여름 날 십여리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서 왔는데, 와서는 소를 몰고, 소 풀 뜯기러 들로, 야산 들입으로,

큰 냇가 방천둑으로 소를 몰고 나갔다.

소는 풀을 뜯어 먹고, 우리들은 댕댕이 줄을 뜯어서 잎사귀는 훓어 버리고, 그 줄로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 바구니도 짜고,

소라고등처럼 아래는 넓고 위로 올라 갈 수록 작아 지면서 뱅뱅 돌아가게 짜서는 메뚜기를 잡아서 넣기도 하고,

무릇의 잎사귀가 좋은 때는 뽑아서 꼬쟁이에 무릇을 꿰어 고챙이는 사람 몸통이고, 무릇 뿌리는 사람 머리이고,

잎사귀는 돌돌 말아서 머리카락이라 여기고 그렇게 놀기도 했었다.

 

여름 밤에는 저녁을 먹고 밤이 깊어지면,

들판에 샘물이 솓아 나는 곳이 있어서 달빛이 없으면 깜깜한데도 그 샘물로 여자 어린아이들은 동네 처자 고모들과

몸을 씻고 오고, 그 다음은 엄마들이 갔었고, 할머니들께서 집에서 등목을 하셨다.

오다가 6.25 전쟁시 임시 야전 부대가 있었던 자리가 세멘트 바닥이 남아 있어,

목욕을 하고 오다가는 낮에 뜨건 뜨건 달았던 그 세멘트 바닥에 놀다 동네 아이들은 이불도, 베게도 없어도

그곳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 아침에 일어 나면 이슬을 맞아서 몸이 아주 무거웠었다.

 

가을 벼 수확이 끝난 들판으로 소를 몰고 가서 두면 소들이 풀을 뜯으면서 계단식 논으로 오르내리면서 소풀을 먹고,

우리들은  벼메뚜기를 잡거나 벼 수확하고 비가 많이 온 다음이라면 논에 물이 발목까지 고여 있으니,

논으로 들어가 가만히 논 바닥을 보면 논고둥이 파고 든 곳을 찾아서 손을 넣어서 논고등을 잡기도 했다.

 

학교 갔다 돌아 오는 길에 야산으로 올라 진달래도,따 먹고, 시금털털한 청미래 덩굴 열매(망개)를 따 먹기도 하고,

도라지, 더덕을 캐 먹기도 했었다.

산토끼는 잡는다고 쫓아도 잡힐듯, 잡힐듯 해도 한번도 잡아 본적을 없었다.

 

작년 논에 벼가 노랗게 황금물결이 일 때 고향으로 추억 찾기를 갔었는데,

다니던 읍내의 초등학교도, 고향 땅으로 가서 그 계단식 논도 돌아 보았는데,

그냥 가슴이 먹먹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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