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안녕! 안녕!이 늘어나....

이쁜준서 2013. 10. 9. 06:00

 

 

 

태풍 다나스 영향으로 비가 종일 촉촉하게 내린다.

이렇게 조용스럽게 촉촉하게 내리는 비는 종일 오면, 빗물이 땅 위로 흘러 가는 것 보다,

땅으로 흡수가 잘 되고, 장시간 내리면 강수량도 많아 진다.

아직 들판에 남부지방은 벼 수확 중일텐데, 농부님들 애가 타시지 싶다.

벼도, 과수원의 과실도, 김장채소에도 피해 없게 조용하게 지나가기를 비는 맘이 된다.

 

밤이 되어가니,

다행히 아직은 바람기가 없어서 비는 조용하게 내리지만, 빗줄기는 강해졌다.

 

 

 

준서할미는

김장 때 채소를 썰 일이 있으면 광목 보를 깔고 하고,

만두를 할려고 채소를 다질 일이 있으면 역시나 광목 보를 깔고 하고,

김장 배추를 절여서 씻어 채반에 얹어 물기를 뺄 때도 광목 보를 덮어 놓고,

크기가 다른 광목보가 몇개나 된다.

 

친구 남편께서 면 직조를 하시기에,

어떤 때는 잘못되어 거의 한필을 가져 온다면서, 작년에는 두번에 걸쳐 많이 얻었는데,

귀한 것이라고 계절 따라 옷이 들고 나는 설합장에 옷과 함께 넣어 두었다.오늘은 박스 하나에 옮겨 담았다.

그 묵직하게 잡히는 광목 천 뭉치의 감이 얼마나 좋던지....

요즘 광목은 가공을 해서 나와서 예전처럼 누렇지 않고, 백색이다.

 

예전처럼 성의가 있다면 새 신부인 준서 이모,

큰 행주도 만들어 주고,  크기가 다른 광목보,  약간의 수를 놓아 만들어 줄텐데,

뜨개질도 안녕, 수 놓은 것도 안녕, 세상을 살다보니 안녕 안녕 하는 것이 자꾸 늘어 난다.

준서에미 초등학교 입학 할 때, 귀하고 귀해서,

새 옷도 샀지만,

내 손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다홍 실로 조끼를 뜨면서 노란 병아리 두마리 넣어 뜨개 옷을

만들어 입히고, 준서이모는 다섯살 때, 코드를 뜨깨질 해서 입혔는데......

 

 

 

이젠 뜨개질도 안녕!

수 놓는 것도 안녕!

바느질도 안녕!

요즘 옷이사 다림질 할 것이 별로 없으니 다름질도 거의 안녕!이고,

안녕, 안녕, 안녕이 늘어 난다.

 

젊은 시절에는 한옥 긴 마당을 걸어 다녀도 천천히 걷지 못했고,

길을 나서도 빨리 걸었는데, 이젠 속보로 걸어 지지 않는다.

맘만 속보이지.....

 

태풍 영향으로 비는 종일 오고, 밤이 되면서 빗줄기는 강해졌어도,

맘은 차분해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루베리 분갈이 배양토를 사 오다.  (0) 2013.10.12
민폐가 되는 일  (0) 2013.10.10
보슬비  (0) 2013.10.08
침대와 변소간  (0) 2013.10.07
참 아름다운 결혼식  (0) 201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