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10월의 꽃

미안해....미안해....미안해....

이쁜준서 2009. 10. 26. 09:34

 

새 뿌리를 내어야 살 수 있게 된 알로카시아.....

 

어제는 섭섭한 일을 벌렸다.

옥상과 현관 앞에 화분들을 두고 키우기에 더 이상 흙은 늘리지 않는다.

그러니 새로운 식물이 오거나, 오래도록 꽃을 피우지 않거나 그러면 밀려 나는 식물이 생긴다.

 

문주란 두 화분이,

수년을 길렀고, 어제까지도 잘 자라고 있었는데,

준서할미 팔뚝정도로 대궁이도 굵었는데, 비워버렸다.

피라는 꽃은 피지 않고, 자꾸 포기만 늘어나서 떼어 내고 내고 했더니

올 해는 그 포기속에서 두포기 세포기로 갈라지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꽃은 피우지 않을 듯하고,

옥상에서 월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실내로 들일 화분이 올 해는 더 많아졌고,

맘 속으로는 에고 에고 미안해라 하면서 그 큰 문주란 두 화분을 정리했다.

 

문주란 꽃이 피지 않아

울산에서, 부산에서, 분당에서 얻어 온 문주란이 자라고 있다.

올 해 울산의 문주란은 꽃이 피었고,

부산에서 온 문주란도 아주 자태가 당당할 정도로 자랐고,

분당의 문주란은 올해 우유팩에 넣어져 온 작는 크기였는데, 그 또한 많이 자랐다.

없앤 문주란 어느 것이라도 꽃이 피었다면 그리 문주란을 모으지도 않았을텐데.....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매 한가지이지 싶다.

경쟁에서 지면 도태 되는 것으로는....

그러면서도 손가락 하나 길이 되는 가지를 모래에 묻어 새 뿌리를 내어 큰 나무가 되게도 하는...

 

위의 알로카시아도 벼락을 맞았다.

알로카시아를 키워보니 잎을 떼어 내지 않아야 둥치가 그대로 커 올라가는데,

처음에 모르고 잎을 둥치에서 바로 떼어 내었더니 그랬던 곳이 잘룩하게 자랐다.

그 뒤 잎을 잘라도 잎을 줄기 중간쯤에서 잘랐더니 다시 굵은대로 자랐으니

위는 밀림처럼 무겁고, 잘룩한 곳에서 부러질 것 같았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것 같아 보였다.

 

 

 

                                                                          잎 윗쪽에서 보면 밀림을 생각나게 할정도로 잎이 넓고, 두 포기의 광이 아주 넓었었다.

 

 

큰 맘을 먹고 둥치을 1/3 정도 남기고 칼로 잘랐다.

잎도 세 줄기만 남기고 잘랐다.

가을초라면 뿌리가 빨리 날 것인데,

날씨는 차고, 실내로 들이자니 뿌리도 없는데, 잎으로 증발이 많은 것을 감당하지 못할 듯 하고,

일단 현관 앞 있던 자리에 직사광선을 받지 않는 곳에 두었다.

둥치가 올 봄 사 왔을 때보다 배도 더 굵어졌고,

그 잘려진 둥치는 흙 속에는 뿌리가 얼마나 잘 발달했는지...

심어 두면 양쪽으로 새 순이 나면서 또 멋지게 자랄 수 있는데,

다른 분에 심어 알로카시아를 자꾸 늘일 형편도 아니고,

그 모습으로 남을 주기도 뭣해서 또 절단을 내었다.

 

이럴 때는 나 자신이 참으로 야속하다.

언젠가 부러질 것은 뻔하게 보여서 일찍 단도리를 해 주면 뿌리를 내고 잘 크라고 한 것이지만,

오늘까지도 맘이 아프다.

준서외할아버지가 있어 이렇게 관리하지만,

준서할미 혼자서는 이런 관리를 못한다.

 

섭섭하고 미안한 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