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김장배추 씨를 뿌릴 때부터 완전하게 해갈 되는 비는 오지 않았다.
김장배추는 모종을 해서 겨우 지표면을 적실 정도의 비가 온 뒤 땅에 모종을 심었고,
비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물을 주면서 김장배추를 길렀다.
속이 꽉찬 배추로는 기르지 못했지만, 그래도 김장을 할 수는 있을 정도로 자라긴 했다.
작년 그 때부터 한번도 해갈이 될 정도의 비가 오지 않았다.
올해도 비 다운 비는 오지 않았다.
그래도 약간의 비가 오면 참깨씨를 뿌렸고, 또 약간의 비가 오면 고구마 순을 묻었고, 또 약간의 비가 오면 옥수수 씨알을 넣었고,
또 약간의 비가 오면 고추모종을 한 친구네 텃밭에는 일주일 전만 해도 녹색 물결이 일렁이기는 해도, 땅은 딱딱하게 굳었고,
열린 풋고추도 씹어도 아삭한 맛이 없었다.
그런데 어제 오후에 바가 왔다. 한 십분정도 왔었나?
빗줄기가 보이도록 왔었고, 현관 앞 계단으로 물이 흐를 정도의 비가 왔다.
텃밭의 녹색을 보러 친구네가 갈 때 따라 가 보아야 겠다.
어제의 비로 그 녹색의 생명들이 감로수를 먹은 듯 할것이다.
오늘 산책을 가 보았더니 나무들의 녹색이 달랐다.
잎의 먼지도 씻겼을 것이고, 땅 속 깊이는 빗물이 스며 들 정도는 아니어도 그래도 뿌리와 잎으로 수분 흡수가 되어서
그런 싱싱함이 보일 것이다.
장마가 올 것이라고 하더니 개미는 장마 준비를 하는지 공사에 들어 간 듯한 모습도 보였다.
장마라도 와서 한번이라도 해갈 될 정도의 비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