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자녀들에게 일을 안 시키는 편이다.
어제도 저녁 식사를 하면서 미역국을 한 번 더 끓여 놓으려고 가스렌지 위에 냄비를 얹어 놓았는데,
국이 끓여 넘쳤다.
거실 길이가 좀 되었고, 마루를 깔아 놓아서 뛰어 가다가 미끄러지면서 식탁과 부딪히기도 했고
왼편으로 몸이 기우뚱하면서 넘어졌다.
준서에미도 있었고 작은 아이도 있어서 굳이 내가 가지 않아도 되었고 국이 넘치면 닦아내면 될 것을
예전 젊을 때처럼 뛰다가 그랬다.
무슨 일이든지 겁내지 않았고, 내일이면 동서들이 올텐데 저녁 먹고 제수 일 준비한다고 어떤 때는 새벽까지 하고 자기도 했었다.
그런 나를 남편은 극성이라고 다 같이 하면 될텐데라고 나무라기도 했었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다.
물기도 없는 실내의 마루에서 넘어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맘은 훤~한데 말이다.
우리 이웃에 60세가 되는 분이 젊어서부터 혼자 사는 분이 계신다.
원룸을 운영하고 있는데 창문이 덜컹거려도, 전등이 고장나도, 보일러가 고장나도 가슴이 덜컹한다고
혼자 사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젊어서 이혼한 남편과의 3남매가 다 장성해서 딸은 엄마를 많이 챙겼는 모양이었는데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 없고, 아들들은 자기가 키우지 않아서 왕래가 없는 모양이었다.
시골장으로 채소나 과일등을 팔러 다니면서 모은 돈 4억으로 땅을 사고 지금의 원룸을 건축해서 장만했다고 했는데 작년부터는 장사를 않는다.
원룸에서 나오는 돈으로 생활은 되고도 남는데 외롭다고 했다.
그 험하고 힘든 일을 했으면서도 -여장부였는데 - 이제는 문만 하나 덜컹거려도 걱정이 된다고했다.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면서 이렇게 몸도 마음도 둔해지고 약해지는 모양이다.
이젠 나도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