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봄 이불

이쁜준서 2025. 3. 2. 06:57

남편의 형제들은 단순히  남편의 형제들이 아니다.
결혼을 음력 정월 그믐날 했고,
내가 신혼여행을 가는 대신에
친정 고향으로 가서  조상님 산소에 인사드리고 다시 부산  친정으로 와
하룻밤 자고 그 다음 날 시댁으로 와서 같이 살았으니,

그해 중학생인 시동생,
중학 2학년이 되는 시누이,
나와 동갑인 큰 시동생,
시어머님이 계셨지만  온 가족의 빨래와 식사를 책임졌으니
내 손으로 세사람의 결혼식도 올려 주었고,
나에게도 피붇이 같은 가족이었다.

그러니 명절에도, 여름 휴가 때도,
기제사에도 온 식구가 우리 집에 모였으니,
얇은 배가리개가 되는 여름이불, 춘추 이불,  솜이불등등
이불이 지금도  다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도 결혼시키고
준서가 태어나고, 하늘이가 태어나고, 살아 오면서 이불을
어쩌다 또 사게 되더라.
이제는 남편 한 사람만 챙기면 된다.

어제는,
봄 이불인데  자잘한 꽃무늬가
봄날 같은 것을 하나 사서
내 맘으로는 남편것으로 생각 했다.

친구와 마트로 가서 핸드카트기에
담아 와도 좀 무거웠다.
식초  6병박스를 핸드카트 주머니를 올리고 그 밑에 깔아서이다.

남편에게 어디냐고?
산에서 내려 오는 중이라 해서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중인데
그렇다면 마중 오지 않아도 된다  하면서 집으로 오늘길!
인도는 넓고,벤치는  중간중간 여러개 있으니 두번을 쉬었다
오는데 남편이 마주 오는것이 보였다.

나는 빈손이 되고,
집에 와서는 남편이 두번으로
나누어 올리고.
늦봄에 적당한 봄이불을 보여 주면서  당신 봄 선물!

세탁해서 라 해서 옷은 입기 전
세탁해서 입기도 하지만.
솜을 넣은 이불을  포근 할 때
그냥  덮자고 했다.

저녁 반찬은  두어가지 이야기 하면서 무엇을?
또는 어떻게?
라 물으면
하기 쉬운것으로라 한다.

요즘 유목민 후예의 삶의 이야기를 보는데,
아내 없이 올망졸망한 아이 여섯을 키우면서 팔려고 강으로 물고기 잡으러도 가고,
산양을 찾으러 아주 높은
바위산도 타고,

바위산을 탄 날은 가지고 간 날은 아침도 먹지 못했다 하는데
집으로 돌아 왔을 때는  해 질 무렵이고, 어떻게 알았는지.
지인이 스티로폼 도시락 6개를
가져다 주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 오면
4살인가 되는 아기는 울면서
있으니 안아 주어야 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따뜻한 밥 해 놓고
기다리는 아내만 있어도 세상사는 힘이 날것인데  싶으면서 애잔스럽다.

남남이 둘이 만나서 결혼을 하고
자식 낳아 기르면서  백년해로 한다면 그것은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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