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햇살이 따뜻할 때,
내가 먼저 옥상에 올라가 있는데,
야산 걷기를 나갔던 남편이 올라왔다.
옥상의 수도를 꽁꽁 매어 있던 것을 풀어 놓았던데,
긴 호스를 연결한다고.
철사줄로 빠지지 않게 묶더라.
내가 옥상 관리 할 때는 부탁을 했던 일인데,
물관리 하기가 아랫층까지 와서
받아 가야 했으니,
2월에 독 깨어진다고는 하나
음력 2월이기는 하나
주말에 비가 연사흘을 온다고 했는데 봄비이겠거니 한다.
봄이 되면 우선 식물 없이 흙만
있는 화분을 비워서,
깻묵 발효시킨 것과 시판하는
비료포대의 거름,
겨우내 흙에 묻었던 염분 없는
음식물찌꺼기 등을 한 무더기
거름흙을 만들어 두고,
분갈이를 하면 또 화분의 흙이 모이고 또 거름흙을 섞어 놓고,
그 일이 거름과 흙을 섞을 때가
양손으로 하기에 힘이 들었다.
올해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짜 와서 깻묵이 생기면 뚝뚝 분질러서
식물이나 빈 화분에 놓았고,
음식물 찌꺼기도 화분 중앙에 묻은 것이 아니고 슬쩍 묻듯마듯 했고,
남편이 일삼아 분갈이를 하지 않을 거라 그리 해 두었다.
오늘 오후에는 퇴비를 포대기에서
꽃삽으로 뜨내어서 화분가로 뿌려 주었다.
주말에 비가 오면 화분에 빗물에 녹아 들어가라고.
내가 거름흙을 조성해서 분갈이를 해주면
꽃이고 잎이고 윤기 나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분갈이를 하면 웃자란 가지도 자르지만,
뿌리도 잘라주고 다시 새 뿌리가 나게 해 주는 것인데,
작년에 간장이고,
된장이고 많이 있는데도
한말 콩메주로 장을 담았다.
혹시 미루다 내가 장을 담지
못할까 보아서.
내가 담는 끝인 장담기였다.

일부 빈 화분들이다.
흙만 담겨 있는 빈 화분들도 있다.
다년생들이,
또는 나무들이 담겨 있고,
국화화분들도 있고,
아마도 올해는 퇴출되는 것들도 있을 것이고.
나는 올해부터는 생각을 달리 하기로 했다.
늙어지는 것을 즐기기로 했다.
가만히 생각하니 늙어지는 것은
지혜가 생기는 것이고,
또 배려심도 더 해 지는 것이고,
또 포기도 잘하는 것이더라.
친한 지인 중에 나보다 띠동갑도
더 차이가 나는 사람이
독감이 들면서 폐렴으로 전이가 되고 중환자실에서 의사선생님이 약을 쓰도 치료가 안 되고,
40도 고열로 4일을 지나고,
이 환자는 죽는다고 눈도 뜨지 못하는 환자에게도 그렇게 말하더라고.
그러다 조금씩 회복되어 병실로 올라갔고,
집으로 퇴원할 때는 산소호흡기를 집에 설치해 주었고,
당신이 당신 몸을 돌보는 것만큼
그만큼 더 살 거라고 하더라고.
그 사람은 어떤 맘으로 살아갈까?
그저 하늘에 감사한 맘으로 살아야겠다 싶다.
나의 봄은 무슨색일까?
안달하지 않고 평화로운 색일까?
눈이즐거운 색일까?
3월 둘째 화요일은 친구 네명이 어디로 가자 했다.
도착하는 곳에서 점심은 사 먹을 것이고,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이불 (0) | 2025.03.02 |
---|---|
봄 (24) | 2025.03.01 |
봄은 꽃가지에 머물고 (31) | 2025.02.26 |
옹기 그릇과 작은 돌절구 (0) | 2025.02.24 |
대접 받고 (0) | 2025.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