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락국(씨래기국)이 제일 맛이 좋기로는,
예전 시골에서 김장 채소를 수확해서 무청을 뒤란 바람 잘 통하는 곳에 걸어 두면서, 한 역꺼리(짚으로 엮어서 달아 놓은 것)
가져다 바짝 괄아 있으니(바짝 말라 있어서 만지기만 하면 부서지니) 우선 물을 뿌려서, 녹여 놓고(바짝 마른 것을 물을 뿌려 습기가 주어진 상태)
가마솥에 아궁이에 불을 때어서 삶은 무청씨래기를 사구에(넙대다한 옹기그릇) 물과 함께 담아 놓았다가 건져서 된장 버무려서 쌀 뜨물에 끓인 그 시락국이,
아침 상에 밥에서도 김이 오르고, 국그릇에서도 김이 오르고 짠지 김치 상에 놓이고, 그런 겨울의 시락국이 제일 맛나다.
어제 비가 온 뒤 끝이라 습기도 있고, 공기가 차겁다.
별 것도 아닌 시락국을 좀 맛나게 하고 싶어서 정성을 들였다.
지금이사 무청은 아직도 밭에서 무와 한 몸이고, 이 계절에는 조선배추라는 대궁이는 일반배추보다 부드럽고, 잎사귀도 부드러운
품종이 시락국용 씨래기로는 제일 좋다.
조선배추를 삶을 때 천일염 한꼬집 넣어서 삶아서 깨끗하게 씻어서 총총 썰었다.
무를 채로 썰어서 조금 넣으면 시원한데 모양새가 깔끔하지 않아서 넣지 않았고, 건멸치, 건새우, 표고가루를 섞어 놓은 것이
있는데도 굳이 다시마, 건멸치, 건표고를 넣고, 청량고추도 뚝뚝 잘라 잘라 냉동실에 둔 것도 넣고, 육수를 내어 맑게 체에 바쳤고,
파와 조선배추 삶아 놓은 씨래기와, 들깨 거피한 가루를 넣어서 된장에 조무락 거려서 끓는 육수에 넣어서 끓였습니다.
칼치 한 토막은 밥 맛을 돋우지요.
간은 된장이 있었고, 액젖갈 약간 그래도 모자라는 간은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었습니다.
이만때쯤 조선배추는 키가 아주 큰데, 그동안 가을비가 줄금줄금 와서 부드러워서 정성 들여서 시락국을 끓이면 더 맛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렇게 하자는 생각으로 밥을 짓는(반찬을 하는 것까지) 일은 맘이 조용하고, 일 손도 조용하면 재미가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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