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겨울비 내리는 날

이쁜준서 2021. 1. 27. 05:21

 

지난해 가을에 이어 겨울도 가뭄이 계속되었다.

여름날 비가 와도 습하고 을씨년스러워서 좋아하지 않는데,

생명 있는 모든 것에는 수분은 꼭 필요한 것이라 비는 와야 한다.

북극권의 모진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그 추위 전에도 약간의 비가 온 날도 있었지만,

그 추위와 함께 위쪽 지방은 눈이 정말 글자대로 눈사태가 났다.

어제는 비가 세차게는 아니었지만 비가 내려서 자연의 모든 생명들이 당분간은 목말라하지

않은 겨울비가 내렸다.

 

그 축복의 비가 와도 구근을 심은 화분 크고 작은 화분 9개는 갑바로 덮어 주었다.

비 온 뒤 기온이 갑작스럽게 내려가면 옥상 노지의 화분의 구근이 동해를 입을까 보아서다.

우리 지방보다 훨씬 위쪽 지방에서도 그렇게 두껍게 눈이 며칠을 오고 나서 날씨가 풀리고,

비가 오고 나니 수선화도 새싹이 뾰족하게 올라 오기도 했다는데,

혹시나 싶어서 본 구근 화분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봄 날씨 같아서 덮었던 갑바를 낮시간 벗겼더니 고양이가 갑바 밑으로 들어가 한 화분을 마구 긁어놓았고,

화분에서는 노란 새싹 3개가  손가락 2마디 정도 올라 와 있었다.

서둘러 덮어 주었지만  이제는 고양이가 흙을 파 헤치다 새싹을 다칠까 걱정을 해야 한다.

구근들은 그 새싹에서 꽃대가 올라 오기에 꺾이면 꽃을 볼 수 없다.

 

어제는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고, 간밤에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컴퓨터도 켜고, 폰도 만지고, TV도 보고

아무리 해도 한밤중인 03시 무렵이었고, 월요장에서 사 온 냉이, 시금치, 도라지 등을 손질 했다

아침밥을 지었고,

점심을 먹었고,

밖은 비가 오고 실내는 그래서 더 따뜻하고 정말로 딱 낮잠 자기 좋은 날  온수패드에 전기를 넣고,

쏙 들어갔다 2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낮잠을 그렇게 맛나게 자는 것도 1년에 두어 번 있는 것인데 보너스 같은 낮잠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거실 바닥에 앉았는데 바닥이 따뜻한 것이 피부로 느껴지고,

바닥의 따뜻한 온기가 아주 잘게 잘게  자른 기둥처럼 내 몸을 감싸면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기분 좋은 따뜻함이던지.

북극권 한파 때 보일러를 온도를 높여 놓았는데 봄 날씨 같아도 그대로 두고 있으니,

밖은 봄날씨라 해도 겨울이니 추운 것이고, 습한데, 실내는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2020년 2월 실내에서 피었던

흰색겹 명자꽃

 

꽃이 피고 지는 것은,

한 생명들이 쉬었다 가는 것이지 싶다.

봄이면 피고 지고 이어지는 것이니,

잔치도 되는 것이고,

지는 꽃에 허망해지지 않는 것이지 싶다.

 

흔히들 어떤 꽃을 좋아하느냐? 고들 묻는다.

나는 여러 가지 꽃을 어느 날 문득 꽃 다발로, 꽃바구니로,

얻는 것이 아니어서,

꽃을 피우기 위해 정성으로 가꾸기에,

어느 특정한 꽃만 좋아한다고 대답을 못한다.

꽃이 피면 다 좋고,

꽃잔치가 매일 매일 열리는 것이다.

 

명자꽃 중에도 일 월 성

 

설화(러시안 취)

4월에 피어 나는 꽃봉오리

이름처럼 추위에 강하긴 하나,

올 추위에는 넓은 잎들이 화분에서 그대로 낙엽이 되어 있다.

꽃이 필런 지도 미지수이다.

꽃들은 겨울 노지 월동을 하기 위해서는

꽃봉오리를 막으로 보호하면서 월동을 한다.

그 속에서 아주 작게 잠자던 꽃몽오리를

꽃이 필 적기가 되면 이렇게 막을 열고,

꽃눈을 피우는 것이다.

 

봄은 열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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