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꽁지머리

이쁜준서 2021. 1. 20. 22:22

 

남편이 이젠 때 맞추어 머리 컷하러 미장원에 가는 것이 귀찮을 나이도 되었다.

두어달 전에 이젠 머리를 길러야 겠다라 했다.

나름 내 눈치가 보였을 것이고, 환영까지는 아니라도 못 들은척 했다.

몇일 전에는 짤막한 빗을 하나 달라 해서 찾아 주었다.

 

오늘도 빗질을 하고 있었다.

머리 많이 길었재?

고개 끄덕이면서 말보다 생각은 먼저 났고, 웃기부터 했다.

당신 머리 더 많이 길면 꽁지머리 할건가요?
꽁지머리가 뭔데?

뒤로 묶는 것.

그러면서 또 웃었다.

뒤로 묶을 정도가 되면 어쩌면 펌도 할까?

아직까지 딱 염색 한번을 했을 뿐이다.

둘째 결혼식 하는 날 좀 젋게 보이라고 등 떼밀었는데,

펌을 정말로 할 사람은 아닌데 그 모습까지 생각이 나서 막 웃었다.

 

그런데 부탁이 있다고 하고서는

수염은 기르면 않된다.

내가 당신 수염을 긴 것 보고는 한자리에서 우선은 밥을 못 먹을 것이고,

의사가 혹시 토하면 또 식도가 째질 위험은 언제나 있는 것이니, 항상 토하지 않게 주의를 하라 했다고.

잊었는지는 몰라도 식도가 터져서 하혈하는 줄도 모르고 지났고, 그 말을 같이 들었으니.

나의 가장 단점은 잠을 쉽게 들지 못하는 것이고, 푹 한잠에 자는 것도 않되는 것이고,

비위가 상하면 먹던 것도 넘기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어린시절 타작을 마당에서 하니 쌀에 돌이 없을 수가 없었고,

밥에도 돌은 식구중 누군가는 씹게 되고, 식구중에 제일 돌을 많이 씹는 사람이 나였다.

첫숟가락에 썩돌을 씹으면 돌에서 흙냄새가 나고, 입을 아무리 행구어 내어도 헛구역질까지 나고

그 세끼 밖에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 아침 밥을 먹지 못하고 학교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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