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11월의 꽃

젊은 에미인 딸과 친정엄마,

이쁜준서 2015. 11. 18. 21:20

 

 

분홍바나나

 

 

 

 

오늘은 오랫만에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이런 저런 안부를 묻는 중에는 친구의 딸, 그제 두 돐을 지냈다는 그녀의 손녀딸 안부를 물었고,

친구도 준서 안부를 물었습니다.

 

친구는 딸 내외간이 다 직장 생활을 하니 그 어린 아기가 어린이집에 가 있다가 에미가 퇴근하면서 데리고 오는데,

간혹 늦게 퇴근하게 되면 그 어린 아기가 대부분의 아기들은 다 집으로 가고 어린이 집 원장과 혼자만 있기도 한다고 했고,

자주 감기가 들고, 또 자주 고열이 나는 감기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도 열이 40도나 올라서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아빠가 오전에, 엄마가 오후에  아기를 집에서 보았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친구의 딸이 아주 알뜰한 사람인데, 즈그 아기에게는 뭣이든 돈 아끼지 않고, 다 해주고 싶어하고, 다 해준다면서,

엄마! 엄마가 저를 이렇게 이뻐 해 주면서 키웠겠지요. 감사합니다라 하더라 해서,

준서할미가 느그 딸은 지금 그런 말을 하면 일찍 엄마 감사한 것을 아는 것인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새가 눈앞에서 날아 간 것과 같은 거지 싶다라 했습니다.

친구가 왜?냐고 물어서,

지금은 너무도 바뻐서 그 순간 그 생각이 들었을 뿐이지 새가 눈 앞에서 날아 간 것을 보았는데, 다시 볼려니 내 눈앞에서

하마 멀리 가 있는 것과 같다로 했더니,

 

맞다면서,

아직 아기가 어리니 믿을만한 사람을 구하게 되면 집에 붙박이로 있어 줄 사람만 있다면 아기도 덜 고생스럽고, 딸도 직장생활

정신 없게 하는 것을 면할 듯해서 믿을만한 사람을 구했다 했더니,

 

또 낯선 사람이 집에 와서 아기와 둘이서만 있을 것은 아기가 낯선 사람과 지내게 되기에 정서적으로 좋지 않고,

아플 때가 문제이긴 한데, 지금 가는 어린이집은 믿을만한 곳이라 아기가 어떻게 지낼 것인지를 저가 가늠할 수 있는데,

저 한테 먼저 이야기를 하셨어야지 먼저 사람을 구한 것은 월권입니다라 해서 말은 맞은데도 섭섭하다 했지요.

 

그렇습니다.

직장생활하면서 아기를 키우고, 그 아기가 자라서 초등학생이 되었다 해도, 저학년까지는 엄마 손이 들어 가야 합니다.

그러니 세상의 결혼해서 아기를 키우고 있는 모든 딸들이 정말로 바뻐서 친정엄마에게는 아기가 어린이 집에도 못 갈

정도가 몇날이 계속되면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고, 즈그들이 사는 곳은 서울이나 수도권이고, 부모가 사는 곳은 지방이라도

엄마가 처한 형편은 접어 놓고 올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아기를 키우는 젊은 에미들은 즈그가 너무도 여유가 없어서 엄마가 감사하다는 생각은 순간적으로 들 때가 있긴 하지만,

엄마 기분 생각지도 않고, 즉석에서 생각나는대로 [월권이다]라 하기도 하고, 잘 못했다고 불만스럽게 말 하기도 합니다.

 

아기가 자라서,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 스스로 하는 것이 늘어 나고, 한 10년정도 더 세월이 흘러 가고 하면,

친정엄마는 세월따라 늙어가심도 눈에 들어 오고, 감사한 맘이 맘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설령 친정엄마가 자기 생각과는 다른 말씀을 하셔도 부드럽게 말을 받아 주기도 하구요.

 

준서할미 세대는 결혼 전에도, 결혼해서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지금 이 나이가 되어도,

친정엄니나 시어머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월권이다라 거나, 아니라고 맞 받아서 하는 말씀 드리지 못 했습니다.

둘째 아이 유치원을 넣어야 할 때 다섯살 때였습니다.

 

우리 집하고 가까운 곳보다는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좋은 유치원으로 평판이 난 곳에 넣고 싶었습니다.

시어머님 하시는 말씀이,

 알라들이(어린아이들이) 공부는 학교 가서 하는 것이고, 유치원은 놀러 가는 것인데, 멀리 보내지 말고, 가까운 곳에 보내라 하셨지요.

속으로는 불만이어도 가까운 곳에 보냈는데, 세월을 지내 놓고 보니 유치원에는 잘 놀고 오면 되는 것이니,

좋은 유치원은 집에서 가까운 거리이였다 싶습니다.

 

우리들은 부모에게 월권이다 싶어도 말씀을 드리지 못했고, 우리가 키운 우리 딸들은 아니면 단박에 월권이라도 말로 합니다.

그야말로 말은 다 맞은데, 그렇게 똑 떨어지게 말을 단박에 하는 딸들에게 또 세상의 엄마들은 그 순간 섭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섭섭하다는 말도 또 못합니다.

직장생활하고, 아기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아니까 내 딸이 애틋해서요.

 

 

 

 

 

 

'11월의 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추 - 도심의 가을빛  (0) 2015.11.19
산수유 열매  (0) 2015.11.19
제라늄의 월동  (0) 2015.11.18
가재발선인장  (0) 2015.11.16
보리밥 나무 2가지  (0) 201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