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측은지심

이쁜준서 2021. 11. 20. 06:43

 

측은지심

인간의 본성(本性)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씨로다른 사람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이른다

 

내가 싫어 하는 말 중에 측은지심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 보니 내가 생각 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생각 했던 것은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서 잘 해 주는 것이라 싶었는데,

인간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씨가 있어서 작위적이 아니고 불쌍하게 여기는 맘이라고 한다.

 

늙는다는 말도 아주 싫어 하는데,

올 해 부쩍 늙어가고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은 부탁을 하면 다 들어 주는데,

실은 다 들어 줄만한 것만 부탁을 한다.

그 부탁의 일을 하기에는 내가 멍석을 깔아 주어야 한다.

하지 않았던 일들이라 일의 순서를 모르니 그런 것이다.

내가 멍석 까는 일을 반이상 하고 간단하게 하는 일만 부탁을 하니.

 

늙으면 부부간에 측은지심으로 사는 것이라고들 우리 어머님세대 분들은 말씀 하셨다.

불꽃 같고 갸느린 꼬장이 같은 사랑은 이젠 찔릴 것도 없는 도타운 정으로 산다고 생각 해 왔다.

최소한 정으로 살아야지 측은지심은 너무 쓸쓸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생각은 내가 건강할 때는 내가 감당하고 다 해 주면 될 때이고,

내가 맘대로 하지 못하고 하는 것이 부담이 될 때는 이렇게 살다가 언제가는 누가 먼저 갈 것이고,

그 전에 혹시 내가 내 몸 하나도 거두지 못하면 남편을 챙겨 줄 수도 없다 싶은 맘이 들고부터는,

 

게으르고 싶을 때, 끼니, 입성, 집안일등을 챙기면 남편은 따뜻한 곳에서 지내게 된다 싶어서,

벌떡 일어나 움직인다.

그야말로 나를, 남편을 측은지심으로 보게 된 것이다.

 

야산 걷기하러 나가니 거의 매일 보는 계단을 오르락 거리면서도 내가 쓸고 건사하지 않으면,

옥상정원에 비가 올 때 낙엽이 우수관으로 모여서 비가 많이 올 때는 올가 가서 낙엽을 한쪽으로 끌어 모았고,

축축하니 그 대로 있더니 말라지니 떨어지는 낙엽과 바람에 참 어전 스러웠다.

어제는 야산 걷기 하러 간 다음에 바람도 불지 않아서 계단을 쓸고, 옥상을 쓸고, 

 

방앗간에 가 보면,

80대 할머니들께서 미수가루를 하러 오신다.

예전에는 집에서들 곡식을 찌고 말리고 해서 미수가루로 만들러 왔는데,

요즘은 그냥 전화로 주문을 하고 방앗간에서 가루로 해 주는 것을 80대 할머니들이 해 가신다.

 

아침밥까지는 해 줄 체력이 모자라서 아침에는 간단하게 미수가루를 먹고 밖에 나가면

친구들과 점심을 자시고, 저녁밥만 해서 먹는다 하시는 분들을 보았다.

70대 후반은  아침밥까지 할 수 없어서 식빵을 굽고, 계란후라이2개, 우유 한잔으로 아침식사를 한다고 했다.

80대 후반의 이모님은 빵으로 아침은 자시고, 점심은 텃밭이 있어 놀이삼아 가는데 오면서 점심을 식당에서

사 먹고 저녁밥만 집에서 간단하게 한다고 하시고,

 

노년을 지낸다는 것은,

병을 언제고 앓을 수 있는 복병이고 오늘 하루가 제일 건강한 날이다 싶어서.

내가 남편을 챙긴다.

사랑으로, 정으로의 세월은 체력과 함께 지나갔고,

이제는 내일도 장담을 할 수 없으니,

오늘 하루 따뜻한 식사가 제일 즐거운 때이지 싶어서 되도록 식사를 챙긴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은 호박이 거실에 자리 잡았네  (0) 2021.11.29
꽃씨 선물을 받고,  (0) 2021.11.28
모자라지 싶은 밥  (0) 2021.11.18
기피고물 인절미  (0) 2021.11.16
입동후라 춥다  (0) 202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