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꽃피는 식물을 사는 온라인 원예몰에서
2019년은 매진이 되어서 사지 못했고,
2020년은 코로나로 5월에서야 구근을 구입했다.
도저히 새싹이 나오지 않을정도였는데,
1달 이상을 기다려서 새싹이 올라 왔고,
가을까지 보통의 다알리아보다 화륜이 크고, 색도 특이한
다알리아꽃을 보았다.
늦 가을에 구근을 캐니 달랑 한 뿌리였던 것이,
꽤 여러 뿌리의 구근이 생겨 있었고,
해서 대추나무를 뽑았던 큰 고무통에 올 해 이른 봄에 심었다.
거름도 넉넉하게 넣었고,
튼튼한 지주대도 3개 세워 주고, 힘차게 줄기가 자라고,
꽃도 여러 송이 피고 지고를 했다.
폭염의 여름 전에 바람길을 열어주면서
가지를 많이 잘라 주었고,
폭염의 여름에는 잎에 녹색도 퇴색 되었는데,
꽃몽오리는 길게 꽃대를 올리고 여러개 맺혀 있었다.
작년에 보니 가을에도 피더라 싶어서,
가지 좀 정리 해주고,
알거름을 주고 몇일 있는 동안 비도 오락가락 했고,
잎의 녹색도 형편이 좀 나아지길래
어제는 커피와 깻묵으로 발효 해둔 거름을 헐어서
위에 조심스럽게 얹어 주었는데,
하루 동안 비가 줄금 줄금 오니 잎 색갈이 점점 녹색이 진해 졌다.
쑥쑥 올린 꽃대도 꽃몽오리 키워서 꽃을 보겠구나 했지
남편이 슬그머니 나가더니 옥상에 올라갔는지 내려 오지 않더니
점심 식사를 하고 옥상에 올라 갔더니
꽃대 올리던 것 다 잘라 버리고,
대궁이에서 새싹이 제대로 된 작은 잎새까지의
원대궁이도 잘라 버렸다.
언제 저 새순이 자라고 꽃대 올리고,
이 가을에 꽃이 피겠나?
정원을 하는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가 다들 남편이
그냥 전지 가위질 해서 기가 찬다고
아마도 남편들이 잘 하는 것이 전지 가위질이지 싶다라 한다.
작년 9월 21일의 다알리아 꽃
돌려서 생각 해 보니,
우리 남편도 잎사귀 녹색 퇴색 된 것보다, 초록의 잎새가 자라 오르고,
아직 9월 한달도 남았고, 마누라쟁이 거름도 주었다 하는데,
지금 초록의 저 작은 잎새가 자라 오르면서 작년처럼 꽃이 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친구 남편이 당신은 나 잘만난 줄 알아라 하더라 했다.
왜?
준서할아버지 같은 사람 만났으면 꽃 키운다고 힘들었을텐데라 한 적이 있다 해서,
그 후,
내가 꽃을 키워서 남편을 힘들게 한 것인가 싶어서,
옥상정원이 당신것인가요? 내것인가요?
당연한 듯이 ' 내것이지' 라고,
누구것이간은 상관 없는 일이고, 자기 것이라 했으니 그 정도 나를 도운 것은 괜찮겠다 했었다.
자기 정원에서 자기의 생각은 그러해서 전지를 했을텐데,
그런것도 맘대로 하지 못하면 안되지, 할만하다 싶어졌다.
왜 끊었냐구? 꽃대 만들어 올리고 키우고 꽃이 피겠느냐구?
내가 자를 것 다 잘라서 손을 대어 놓은 것인데란 말 한 마디도 못했다.
분꽃을, 봉숭아를 키우던 것을 잘라 내고 내 몸이 이렇지 않으면 낑낑거리고
갑바 펴 놓고 엎어서 거름 넣고 흙을 만들어서 다시 담아서 무 씨앗을 넣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고 그 과정 과정을 이렇게 저렇게 옆에서 훈수를 해야 하니,
나 말고,
옥상정원의 쥔장은 다 알지도 못하고 안다고 해서 다 하지도 못하고,
딱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쥔장인데,
그래도 때때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도 내고,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도 부탁을 해 왔고,
3년전까지는 새 식물이 들어 오면 다 심어 주었고,
그냥 이 아침 이 글을 쓰면서, ' 조화로움' 이란 단어를 생각한다.
제목은 맘 비우기로 썼지만,
이 아침 보리쌀을 삶고, 밥을 지어야 하는 나는 주부가 제일의 과제인 사람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