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풀씨들은 맹목적이다.

이쁜준서 2018. 7. 3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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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100가지 산야초로 발효액을 만들면  어디 어디에 좋다는 것이 유행 했다.

한 2년 유행을 했고, 100가지까지는 못해도 30여가지밖에 채취하지 못해서, 파는 것으로,

도라지뿌리, 더덕뿌리, 방풍나물등을 사서 보태어도 40가지를 채우지 못한 적이 있다.

물론 식용으로 먹는 풀이였고,   깨끗한 것을 채취한다고 창녕으로 가 지인의 안내로 채취해 왔다.


그 때의 100가지 산야초의 바람이 잠잠해지고, 쇠비름이 약효가 좋다고 해서  친구의 텃밭이  있는

들에가서 쇠비름, 한련초, 배암차즈기를 채취해서 씻어서 말렸다.

세가지 중에서 쇠비름은 뜨거운 햇빛에도 잘 마르지 않더니 작은 잎사귀는 떨어지고 줄기만 남고,

오래 오래 걸려서 마르기는 했다.

그러면서 채송화씨처럼 작은 씨앗이 많이도 떨어졌고, 옥상 바닥을 빗자루질 해서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렸다.

워낙 씨앗이 작으니 빗자루 한번으로 다 없어진 것도 아니고 그 후 여러번의 옥상 바닥 빗자루 질로

흙과 함께 쓰려서 가까이 있는 화분들에 넣었다.



그 이듬해부터 쇠비름이 참 많이도 발아가 되었다.

부추를 분갈이 한 것이라  부추 뿌리가 살음을 하고 새싹을 올리는데 시간이 걸리니,

그 빈 공간에 쇠비름이 나물 씨앗을 일부러 뿌린 듯이 올라 왔다.

그 무렵 부추 분갈이 한 곳에만 쇠비름이 발아 한 것이 아니고, 화분 전체에 쇠비름이 올라 왔다.

뽑는다고 뽑아도 한 쪽에서는 자라고, 뽑힌 공간에는 또 발가스럼하게 쇠비름이 발아하고 했다.

     올해는 눈에 보이는대로 두 사람이 뽑으니 예년처럼 크게 자라지 못했다.

화분의 흙속에 묻힌 쇠비름 씨앗들이 다 한꺼번에 올라 오는 것이 아니고,

한겨울 폭한에도 그냥 흙 속에 묻여서 지낸다.

새봄이 오면 동면의 시간을 뛰어 넘어 릴레이 선수들처럼 생명의 바통을  넘겨 받아 일단은 맹목적으로

발아 한다.

채 자라지도 못하고 뽑히면 흙속의 씨앗 중 일부가 다시 발아하고, 그래서 어느 화분 귀퉁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자라서 꽃이 피어서 또 씨앗을 만드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발아 한다 했지만, 그 형상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들은 목적이 있다.

씨앗은 몇년전의 것이지만 시간을 뛰어 넘어 릴레이 선수처럼 바통을 이어 받아서 뛴다.

꽃을 피워서 씨앗을 만들어 다시 대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젠 시각이 많이 변해서 대학공부를 시켜 줄 능력있는 부모가 있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기술들을 배운다고,

대학공부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다.

지인의 아들인데, 두 누나가 있었고, 엄마 아빠는 새벽장을 보는 사람들이라 새벽장에 나가서 새벽장을 본다,

하루 종일 그 담날 팔 물건 준비도 하고, 소매로 팔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5살 이전에는 할머니가 가셔서 아이들 밥을 해 주고 거두어 주었는데, 며느리가 오지 말라고 해서

갈 수 없었다.

5살 아들아이가 집에서 늦잠을 자고 일어나 도매재래시장인 아빠 엄마가 장사하는 곳으로 나간다고.

그 시장에서 그 아기가 누구집 아기인지는 다 알고 있으니 먹고 싶은 곳에 가서 먹고 싶은대로 먹으면

그 부모가 계산을 해 주고 그렇게 시장통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가 되니 즈그 식구들 밥을 해 주더라 했다.

재미 있다 하면서,

군에 입영해서는 취사반에 들어 갔고, 제대를 해 와서는 어느 식당으로 들어가서 주방에서 심부름하면서

요리 하는 것을 배웠다 한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쉐프 대접을 받으면서 잘 번다고 했다.

공부에는 전혀 취미가 없더라 했다.


공부를 잘 해서만으로 성공하기는 참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차라리 말을 잘 하고 뱃장이 있고, 친화적이면 영업사원으로 성공을 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것이라고 쉽게 자리 잡히겠는가?

얼마나 많이 이 세상 풍파에 치이고 넘어지고 무시당하고 하면서 영업을 잘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이젠 사람도 풀처럼 끈질겨져야 살아 남는 세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