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사우나실에서는 아지매들의 수다가 재미나다.
건식 사우나실에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오늘은 6명이 되었다.
수다를 하자면 편백 나무 벤취에 앉아서는 편하지 않아서 그랬는가?
들어가니 바닥에 마주 보고 앉아들 있었다.
64세란 아지매
맞는 편 사람보고 형님이라 부른다.
나이를 물으니 64세라 하고, 주름도 없고, 피부가 곱다라 하니 남들은 젊다 하는데 아픕니다라 한다.
그 나이에 다 아프다 않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올 해 처음으로 절임배추를 했는데 양념만 하니 수월하더라 했다.
맞은 편 형님이란 아지매 일 많이 하지마라 늙는다 늙어,
64세 아지매 며느리가 김장 김치 하는 날 돼지수육이 먹고 싶다해서 더 바뻤다 했다.
맞은편 형님 아지매가 주말에 와서 꼼짝하지 않고,이것 저것 먹고 싶다 하면서 일만 만든다.
질 잘 못 들이면 시에미 평생 고생이다 한다.
형님 아지매가 나는 아들이나 며느리가 먹고 싶다 하면 시켜 줘 버리고, 김장도 담지 않고, 사 먹는다 했다.
며느리에게 양 명절, 너그 시아버지 생신 내 생일은 오지 말고, 그 세번만 오라고 한다 했다.
그런데 그 며느리는 시켜 주는데도 먹고 싶다고 전화가 오고, 또 음식점 배달 음식을 보내 준다고 했다.
(참 대단한 며느리고(배달음식이사 즈그들 돈 들여서 즈그가 신청 해서 먹어도 되면서도)
64세 아지매 나는 그래도 자식들이 먹고 싶다는 것을 해 준다고.
64세 아지매가,
아들이 총각 시절에는 년말이면 복지카드로 우리 부부 등산복, 등산화 좋은 것으로 사 주었는데,
결혼하고 3년이 가도 말 한마디 없다 했다.
아들 결혼시키고 모든 것을 포기 한다 작정을 했는데도 이런 것이 불쑥불쑥 올라 온다고. 했다.(주먹을 쥐고)
형님 아지매 하마 하마 그런 것 올라 온다. 그러나 어쩌노?
대신 딸이 결혼을 하더니 처녀적보다 더 잘 한다 했다.
그러니 64세 아지매 맞지요? 우리도 딸이 결혼 하더니 처녀적보다 더 잘 하더라 했다.
64세 아지매 아가씨 딸이 그러면 딸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요?
형님 아지매 할 수 없지 팔자이지.
그 옆에 앉은 아지매 한 사람도 거들고. 나는 벤취에 앉았고, 내 밑에 앉은 40대는 힐끔힐끔 나를 쳐다 본다.
나이로는 그 대화에 끼어 듬직한데 듣고만 있어서 그랬던가?
일단은 엄마란 자리 사람들이 변한 것이다.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자기 자식들을 낳고 키우고,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전심전력으로 하지 않은 엄마가 있을까?
그랬는데 내 자식이고, 남의 자식이고, 세상의 자식들이 결혼을 해서는 더 하고, 결혼을 하지 않은 자식들도,
즈그가 듣기에는 모든 것이 잔소리이니 " 내가 알아서 하꼐" 란 한 마디로 엄마 말 막고 나서는 자식이 태반이다.
그렇지 않은 엄마가 더 많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자식이 더 많겠지만 세태의 강물은 그렇게 흐르고 있다.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더니 할머니 한분은 평상에 앉으시고, 따님이 바닥에 무릎 세워 앉아서,로션을 발라드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40대 딸이었는데,그 어머니는 77세라 했다.
속옷을 입혀 드리고 겉옷을 입혀 드리고, 티샤스 카라까지 반듯하게 펴 드리고, 사랑스럽게 대했다.
아마도 시골 아들네 집에 계시다 아들집과 딸집이 근처에있고, 도시 나드리 오신 모양이었다.
77세 할머니께서,
내가요 아들이 넷이고,딸 하나가 막내시더.
아들들 집에 있다가 딸 집에 오니 이렇게 편하고, 손주들도 많이 좋아라 하니더.
할매 우리집에 봄까지 있으세요라 해서 너그 엄마도, 너그도 좋아 한다만 내가 그렇게 오래 있으면,
너그 애비 등골 빠진다라 했다면서 따님, 외손주 자랑을 했다.
딸이,
엄마 000이 엄마가 목욕 가자 하면 나하고 갈 것이라고 하고 가지마래이라 했다.
아마도 사랑으로 씻겨 드리는 것이 아니어서 딸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우나실에서는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들 대화였고,
탈의실에서는 딸이 친정어머니께 공손스럽고, 사랑으로 대하는 것을 보았다.
그 어머니 말씀이 내가 죽으면 내 딸은 울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엄마 살아 계실 때 잘 해 주께라 한다고.
마침 그 자리에는 70대 후반, 60대 후반 (친정 모친을 돌아 가실 때까지 모셨다 하는) 부모 세대가 있었다.
그 40대 딸은 자기도 직장을 다니기에 일요일 만사 제쳐 두고 엄마 목욕을 시켜 드린다 했다.
오빠들이 넷이나 있으니 올캐들이 넷이나 되어도 친정 엄니 목욕 사랑으로 시켜 드리는 올캐가 없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친정 모친께서 너그 올캐는 이러이러 하다고 말씀 하셨겠지.....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아서 큰 탕 가로도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바로 앞에 60대로 후반으로 보이는 엄마에게 딸이 등을 밀자고 하니 얼굴에 용심스럽게 화를 내면서
않할끼다라 했다.
약간의 치매 환자인가? 했더니 이내 그 좁은 곳에 눕는다.
그러니더니 딸을 눕게하고 또 씻어 준다.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
내 뒷편에서는 각자 냉온수가 있고 의자로 각자 자리를 옆에 두고 앉은 모녀가 있었다.
20대 아가씨로 보였는데, 그 엄마가 씻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서 팔을 당겨서 밀어 주고 아프다고,
엄마라고 날카롭게 한 소리 하는 것에 뒤를 돌아 보았던 것이다.
등을 밀어 주면서도 온 몸을 다 씻길 자세로 엄마가 딸을 밀어 주고 있었다.
20대라면 성인이 다 된 딸이 때 밀기가 엉성하게 보여도 그냥 두지.....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차 시간에 시간차 (0) | 2017.12.09 |
---|---|
내 순서는? (0) | 2017.12.05 |
우리 자식세대들이 하지 않아도 될일들 (0) | 2017.12.02 |
2017년산 검정들깨 (0) | 2017.12.01 |
2017년의 멸치 젓갈 (0) | 2017.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