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어떤 인연들

이쁜준서 2017. 11. 27. 13:12

 

20여년 전에 우리 집에 같이 살았던 사람이다.

그 당시 4살인가? 아기가 있었는데, 우리와 함께 살면서 아가를 낳았다.

동생 아가를 낳아서 3살이 되었을 무렵 이사를 갔다.

그 당시도 시골에 부모님께서 농사를 짓고 계셨고, 아기 아빠는 알미늄 샷시 공사를 하고

모심기 철에는 시골에 들어가서 모심기 삯일을 기계로 하고, 수확철에는 벼 수확하는 것도 삯일을 했다.

그러면서 그 논들 병충해 약도 관리 해 주는 일도 했다.

자기 논에는 병충해에 강하다는 아끼바리 벼 품종을 심어서  농약을 훨씬 덜 치고, 삯일을 해 주고

늦게서야 자기 논의 벼를 수확했다.

그 집 쌀을 먹은지가 20년이 넘었다.

제일 늦게서야 하는 자기 논의 수확이 끝난 12월 동지가 가까워서야 화물차에 한 차 쌀과 찹쌀을 싣고 오더니,

4~5년전부터는 큰 아들이 따라 와서 3층으로 올리는 것도 도와서 했다.

그러다 2~3년전부터는 큰 아들 혼자 승용차에 싣고 오더니,

작년부터는 형과 아우가 승용차에 쌀 포대를 싣고 배달을 왔다.

아기였던 아이들이 자라서 군필도 하고, 이제는 직장과 대학교를 다니고, 이 도시에 살림집이 있는데

주말이나 공휴일 때 시골 집으로 들어가서 농사 일도 거든다 했다.

아기였을 때 본 아이들이라 어찌나 믿음직하고 쳐다 보면서 웃어 진다.

즈그가 아기였을 때 나를 아지매라 불렀으니 지금도 할머니라 하지 않고 아지매라 부른다.

 

매년 쌀과 찹쌀을 사고  2~3년만에 참깨를 산다.

모내기 철이 지나고 나면 모내기는 다 했는가? 수고 했다면서 전화 한 통화를 했었다.

그러면 웃으면서 다 했다던지 아니면 다 해 간다던지 대답을 했는데, 올 해는 챙기지 못하고 지났다.

챙기지 못한 것도 잊고 지냈다.

오늘 쌀과 찹쌀을 주문하면서  아이들이 몇년 뒤 결혼을 하게 될 때 내가 정말로 할머니가 되었어도

연락해라고 했더니 결혼은 많이 남았지요 라 해서 웃었다.

그러더니 왜 전화 않했어?라 했다.

그래도 눈치를 못 채고 무슨 전화?  했더니 아지매 올 해는 전화 한번도 하지 않았잖아라 한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 혼자 한 짝사랑은 아니었네라  하고는 전화상에서 둘이가 웃었다.

 

돈을 쳐 주고 쌀과 참깨를 사 먹었지 농가라고 배추 한 포기 그냥 얻어 먹은 것은 없다.

그래도 예전 같은 집에 살았고, 쌀을 20여년을 주문 해 먹으면서 그냥 동생 같았다.

정말로 본심으로 사는 사람이고 자리 잡아서 자기 고향에서 유지로 살아 가는 것이 고맙고 반가운 것이다.

모심기 철에 고생 했다고 전화 한 통화 하는 것이 반가웠던 모양이다.

나는 모심기 철이 지나고 나면 얼굴이 까맣게 그을리고, 얼굴살이 쏘옥 빠져서 5살은 더 먹어 보였던

것이 눈에 선~ 해서 전화를 했던 것이였다.

 

오늘 지금 뒷 베란다에서 보일러 교체 한다고 기사가 일을 하고 있다.

알게 된 것이 10여년인데, 보일러 회사 AS기사로 알게 되었다.

이제는 AS기사를 그만두고  보일러 교체하러 다니고 있고, 보일러 교체 그 사람에게 하는 것이 세번째이다.

딱 점심시간과 겹쳐서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은 않되고, 따끈한 커피와 함께토스트를 주었다.

나는 점심을 미리 삶아 두었던 고구마로 먹었고.

이 기사분도 총각시절 알았는데, 결혼을 했고, 아기 아빠가 된 사람이다.

젊은이들이 자리 잡아 가는 것은 참 보기가 좋다.

이 나이가 되도록 지켜 본 세상은 본심으로 열심히 살아 온 사람들이 늘 손해만 본 듯 살아도,

결국은 성공을 하더라는 것이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장 이바구  (0) 2017.11.29
고정관념의 할머니가 되기 싫다.  (0) 2017.11.28
청이끼로 난들 옷을 입히다.  (0) 2017.11.27
고부갈등  (0) 2017.11.19
모피 옷  (0) 201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