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아름다운 글

[스크랩] 늦가을..

이쁜준서 2016. 11. 26. 05:04

 

 

 

 

 

 

이제 곧 겨울이 오나봅니다.

바람이 한자락씩 지날때마다 지붕위로 은행잎비가 내립니다.

비질을 하는 소리처럼 쓰쓰쓰..가뜩이나 쓸쓸한 가을날에..

양철지붕이 가장 좋을때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꿈처럼 집을 짓게되면 한쪽은 양철지붕을 넣고 싶을 정도입니다.

빗소리 들리고 바람소리 들리고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새소리도 더 선명히 들린답니다.

 

 

 

 

지나는 가을이 아쉬워

시간이 날때마다 걷기로하고 산으로 바닷가로 향합니다.

바닷가 들길 산책은 밤에 손전등 하나 들고도 할 수 있으니 주로 밤에,

 낮에는 일은 좀 미뤄두고 산으로 산으로 돌아다닙니다.

몇개 남아 있을지도 모를 산더덕을 찾아다닌다는 핑계로

낙엽비를 맞고 싶어서요.

그러다 신비롭게도 늦가을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느타리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느타리.. 늦가을부터 봄까지 추울때 피어나기 시작하는 아이들..

향이 좋아요.. 은은한 고급스런 버섯향이 납니다.

 

 

 

 

 

 

 

 

 

 

 

 

 

 

 

 

 

 

 

 

 

 

느타리만 땄는데도 베낭이 가득찼습니다.

더덕은 세개.. 산더덕은 어른 새끼손가락 만한 것도 20년 30년이 훨씬 넘는 것들이여서

진하기가 말도 못합니다.

경상도 말로 제피..초피열매도 조금.. 감태나무잎은 은은한 가을색이 이뻐서 몇잎따서

주머니마다 가을을 담아왔습니다.

감태나무잎은 물 끓일때 넣어서 차로 마실겁니다.

 

 

 

말라서 가늘고 하얀 줄기만 남은 산더덕찾기란..

그나마 찾았다하더라도 줄기가 워낙 약해 땅위에서 끓어져 있기 일쑤여서

그들의 생존전략에 항복을 하고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줄기를 잘 따라가며 낙엽을 조심스레 걷어내고..

정말 조심해서 뇌두를 찾아 조금씩 흙을 걷어내면

진한 향기를 뿜으며 더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또 하나의 즐거움..

 

 

 

그리고.

작은 계곡들 작은 폭포들.. 아직 단풍이 고운 나무는 가장 평안한 세상을 만들어줍니다.

계곡물은 가을이면 더 운치있고 깊어 보이나봅니다.

계곡아랫자락에서 살고싶을정도로 두고 오기 아까운 물빛이었습니다.

낙엽이 쌓여 푹신한 길을 걸으며 알싸한 바람과 함께오는 가을냄새에 빠져

또 싸돌아 다닐 궁리만 합니다.

 

 

 

 

 

 

가시꽃..

출처 : 이팝 농원
글쓴이 : 가시꽃 원글보기
메모 : 양철지붕 위, 늦가을의 버섯사진, 주머니에 따 넣은 단풍진 감태나무 잎, 초피 열매, 아름다운 단어들이 시처럼 운율도 있고, 그림처럼 고와서 제 방으로 옮깁니다. 가시꽃님 감사 합니다. 가끔 가끔 읽어 볼려고 아침에 '아름다운 글이'란 카테고리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 첫번째 모셔 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