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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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시래기국

이쁜준서 2020. 12. 16. 20:31
우리 세대는 우리 할머님, 어머니 세대분들처럼,
마당보다 낮아서 부엌으로 들어 가려면 깊게는 두어개 디딤돌을 놓은 정지간에서도 젊은 시절 밥을 지었습니다.

아마도 첫째 아이 초등 4학년 때 대대적인 집수리를 하면서 방높이까지 다른 토사로 채워 넣어서 현대적인 주방으로 안방에서 바로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 갈
수 있었고, 주방에 수도가
냉온수로 나오게 되었지요.
그러나 2구 3탄 연탄 보일러 였습니다.
그 해 겨울은 참으로 신기했고 바람 불고 수도가에
물이 떨어지면 바로 얼어 붙는 곳에서 채소도
씻어야 하는 것도,
여름 비가 오는데 한 손으로 우산을 받고 한 손으로
채소를 부득이하게 씻어야
하는 것도 면 할 수 있었지요.
그 시절 정지간은 하수도가
없어서 콩나물 하나라도
씻으려면 수도가에서 했습니다.

지금이사 겨울 밤중에
일어나 연탄 갈 일도 없고
엔간한 것은 주방에서
씻으면 되는 것이고
거실에 있다가 주방으로
오가면서 음식을 하면 되는 참으로 편하지요.

그런데도 오늘처럼 아주
추운 날은 주방에 들어가기 싫은 날도 있습니다.

늦으면 게으럼이 날 것 같아서,
오후 3시부터 움직였습니다.
마당에 큰 침통을 들고 내녀가서 씻어 왔고,
못난이 배추를 2포기 가져다 삶아 배추 된장국으끓였더니 배추국이 시원하고 맛났지요.
된장이 맛나고 이번에
액젓갈 내린 건지를 물 넣고 달여서 내린 액젓갈을
표고버섯을 넣고 다시 달였더니 그 액젓갈이 참 맛이 있었습니다.
도시라도 장을 담고 옥상이 있어 햇빛과 바람이 있으니
된장이나 간장이 맛이 있습니다.

김장김치, 배추 된장국,
고등어 한 토막, 곱창김
2장,
따뜻한 저녁 한 끼니였습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오늘도 1,000명이 넘어섰다 합니다.
이러다 의료체계가 무너질까 참으로 걱정이 됩니다.
우리 세대는 겪어 온 세월이 빈곤한 시절부터라
엔간한 것은 견디고 또
출근 할 일도 없는데,
우리 자식들이 3단계까지
가면 어떻게 견딜까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맘 다잡아 먹고
조심해서 코로나가
진정 될 때까지 잘 넘어 기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