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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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2켤래

이쁜준서 2020. 7. 7. 02:51

 

남편과 같이  외출을 했다가  전철을 한 정류장 앞서 내려서 볼일을 보고 40여분 걸어서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어느 옷 대리점 앞에 점포정리란 말과 함께 앞에 내어 긴 옷걸이 2개에 걸린 티샤스 하나를 들고,

사이즈를 찾으러 점포 안에 들어 갔다.

그 옷 대리점이 재래시장 변 인도에 있었고 마트로 월요장으로 늘 다니는 길인데, 한번도 들어 간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붐비고, 주인장 얼굴을 보니 이 거리에서 아주 오래 전 다른 옷을 파는 주인장이었다.

그 오래전 날에 그이는 아는 손님과 대화에서 어린 아이 학교에 가야 한다면서 가게를 비우는 것에

난망해 했던 그 순간에 내가 그 가게에 들어 갔던 것이다.

장사는 해야 하고  어린아이도 키워야 하고 바쁜 그녀는 40대였다.

그날 어린아들 학교에 가야 하는  이야기가 아니였다면 내 기억에 남을 것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도 어린아이들에게는 민감하다.

그런 나를 시어머님께서는 에미는 아아들(어린아이들)들이 잘 따르재라 하신다.

시갓집 형제들 아이들이  여름방학 때 우리 집에 와 있었고, 그 아이들을 귀찮아 하지 않고,

일단은 즈그 집보다 더 재미 있고, 맛난 것도 더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 놀이도 데리고 다녔고,

영화관도 갔고, 돈이 귀하던 시절이어서 집에서 지금 생각하니 햄버거 비슷한 것도 만들어 먹이고,

그 때는 제일 쉽고 맛있는 만두도 해 먹이고, 반찬에는 가지전, 양파전도 했고,

여름 옷과 신발을 새로 사 주었다.

아이들은 마당에 자리를 깔고 상이 몇개 펴 지고, 앞 집 친구 남편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는데,

친구 말이 뒷집 선생이 나을까? 앞집 선생이 나을까? 라  농담으로 하신다 하던 낭만이 있던 여름날도 있었다.

 

 

오랜 단골인지 서로가 하는 말이  사장님은 원래 이쁘셔서 덜 늙는다 했다.

그 말에 주인장 얼굴을 보니 눈도 크고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키도 보통보다 컸다.

눈이 마주치고, 참 오래 전에 어린아들 학교에 가야 한다고 걱정을 하던 그 분이네요. 했더니

자기가 그런 날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쁘다는 말에는   이제 육십대 초반이라 이쁜 것도 소용 없다고 했다.

저 많이 늙었지요? 라 이야기 했고, 내가 보는 그녀는 40대 생활에 찌든 때보다

여유가 있어 자신감에 분위기가  나고 나이보다 더  젊고 차라리 이뻐 보였다.

 

저도 60대 초에는 이젠 젊은 날은 다 갔구나 싶었는데 지금에 생각해 보면 그 때는 젊은 날이였어요.

차라리 그 때보다 더 분위기 있고  이쁘세요라 했더니 어쩌면 말을 그렇게 이쁘게 하세요라면서,

살도 찌찌않고, 참 이쁘게 늙어 가신다는 인사를 하면서, 옷 계산을 하고 봉지에 옷을 넣으면서

양말 2켤레를 선물로 주었다.

 

양말 두 켤레는 그저 양말 두켤레일 뿐이지만,

기분 좋은 맘으로 준 것이라  이야기가 된 것이다.

티 샤스는 한개 살려다 색이 맘에 들어서 두가지 색상을 샀다.

 

내가 노년이 되고보니,

30대는, 40대는, 50대는 모두 그래도 환갑이라는 60대보다 각 세대가 10년씩 차이가 나기에

젊다는 의미에서는 30대가 가장 아름다워야 하겠지만,

살아오면서 식견도 생기고, 살아가는 것에 경제적으로, 직장에서의 자리의 안정감등이 생겨서

각각의 그들 세대만의 아름다움이 있어서 60대 초까지는 아름답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70대부터는?

아름다울려면 배려하고 포용하고 하는 맘의 여유가 있어야 사람들 보기에 도매금으로

늙었다는 말을 듣지 않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