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짜른(짧은) 것은 대어(얼추 재어 본다란 뜻) 보아야 안다. - 일본삼색병꽃,
일본삼색병꽃
준서외할아버지는 정확한 사람이라 눈으로 보아서 짐작으로 보아도 되는 것을 자로 재어서 보자고 합니다.
그에 반해서 준서 할미는 조금 남아도 되는 것을, 굳이 자로 재어 보자는 준서외할아버지가 못 마땅 할 때가 있습니다.
이 몇일 원두거피를 마시자면서 수동 커피 가는 것으로 즉석에서 갈아서 마시고 있는데, 머그 잔 가득 마시는 것은 아니어서
내릴 때 두번 마실 것을 내리자면서 마춤한 병 하나를 내어 놓았더니 몇 컵이나 될까?
또 알고 싶어세요? 하면서 주방으로 가서 종이컵으로 담아 보았더니 딱 3컵이 찰랑찰랑하게 들어 간다.
불합격, 그 보다 넉넉한 마춤한 병이 있었고,
일부러 시든꽃도 찍었고,
정말 바쁘지 않으면 둘이서 소폭 벽지는 때깔이 맘에 드는 것이 없어서 광폭 벽지로 우리가 도배를 합니다.
주방 싱크대의 장을 다 뜯어 내고, 벽 타일까지 가는 그 뒷일이 참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 해 놓으면 주방싱크대 싹 바꾸었네란 한마디로 표현 될 것인데 일은 참 많습니다.
몇일 전에는 둘이서 주방 천장 몰딩이 오래 되어 아주 좁은데, 요즈음은 그 기존의 것보다 배로 크고, 색도 낡아졌고,
그 몰딩을 둘이서 하루 했습니다.
이번에는 바뻐서 도배 집에 맡길려 했더니 장을 뜯어 내고, 설비 하는 분이 타일 시공을 하고, 다시 새 싱크대가
설치 되는데, 도배사하고 일정이 맞지 않아서 또 우리가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준서할미는 완전한 한 벽만 재어서 곱하기 3으로 눈 짐작으로 필요 양의 도배지를 사면 된다고 하고 준서외할아버지는
자로 재어서 가자고 하고,
도배란 무늬를 맞추어야 하니 잘라내는 것이 많고, 거래 해 왔던 곳이라 한 롤이 온전하게 남으면 환불을 해 줍니다.
갔더니 천장은 한 롤로 버리는 것이 없이 하면 될 것이라 했는데, 준서할미가 자를 잡으면서 5Cm 넉넉하게 잡았으니
될 것 같고, 벽지는 넉넉 할 것이라 하는 것을 보니 더 가져 올것도, 남아서 가져다 줄 것도 없을 겁니다.
[길고 짧은 것은 대어 보아야 한다]란 말이 눈 짐작으로 갔다면 아마도 한 롤이 왔다 갔다 했겠지요.
위로 벗어 올라 가는 나무인데, 가지를 자꾸 잘랐더니
어떤 가지는 아래로 내리 벋어 납니다.
꽃은 이렇게 자연스러워야 더 아름답습니다.
[길고 짜른 것은 대어 보아야 한다]란 말은 실상은
이런 일에 빗대는 말이 아니고,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처음에는 친절하고 싹싹하고, 하지만 세월이 가면서 오래 오래
지나 보아야 안다는 말입니다.
준서할미는 오지랖이란 말을 좋아 합니다.
오지랖을 떨어서가 아니고, 남의 형편도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 한다 입니다.
약간 적게 먹으면 된다 싶어서 음식도 잘 나눕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아주 친절해서 비위를 맞추는 사람은 신용을 하지 않습니다.
언제 보았다고? 처음 보는데 뭐 정들 시간이 있었다고?
부부간에 남편이 생일 챙겨 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생기는 사연도 가지 가지 이더라구요.
아기들 음식점 빌려서 첫돐잔치 거대?하게 하는 것이 시류이기도 하고, 형제간에 아니면 양가의 조부모가 금 한냥 정도
해 주는 것은 약과? 가 되는 것도 싫어 합니다.
준서 돐잔치 때, 준서할미가 목전에 닥친 일이 있어서 하루가 참 귀한 때여서 수도권으로 가야 하는데 가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님이 대신 가시고, 서울의 친정 숙모님께서 금한냥 정도 해서 가셨습니다.
준서할미는 돈을 송금 해 주기도 했지만, 그 아기가 성장 과정에서 참말로 잘 자라야 하는데,
예전 같으면 환갑잔치 하듯이, 미래를 당겨서 하는 듯하게, 벌리는 그 잔치가 싫습니다.
오지랖이면서도 아이들 생일에 전화 한 통화를 해 주지 않습니다.
나는 내 눈 앞에 너희들이 있을 때만 잘 할 것이다라고 합니다.
아이들 집에 갔을 때 생일이 되면, 돈도 주고, 준서할미 손으로 음식도 해 줍니다.
어찌 보면 오지랖과는 거리가 먼 참 냉정하기도 합니다.
어제 밤 늦게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둘째 사위가 외국에 장기 출장을 갔었는데, 돌아 왔다면서 전화였습니다.
만나서 한 웅큼 용돈 쥐어 주는 것보다 훨씬 훨씬 더 고마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바쁜데, 어머니 나갑니다, 어머니 돌아 왔습니다라 꼬박꼬박 하지는 않습니다. 서로가 부담도, 기대도 없이 지냅니다.
그러나 준서할미는 자식들을 공경하는 맘으로 대합니다.
자식들이 그 바쁜데 틈내어 오랫만에 전화 한 통화 해 주어도 고맙습니다.
얼마전 준서아빠가 자기 장인을 닮아서 말수가 참 없는 사람인데, 전화를 해 왔습니다. (어버이날 하루 전에)
딸래미처럼 조근조근 이야기를 30분정도 나누었습니다. 10년이 넘은 세월동안에 처음있는 일입니다.
전화 해 주어서 고맙다고, 조근조근 이야기 해 주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사람 속내의 길고 짧음은 세월의 자로 재어 보아야 압니다.
그 보다 먼저 보는 것을 믿거니.... 하고 긍정으로 보아 주어야 합니다.
예전 우리 선대들께서 하신 말씀 중에서 [( 새사람이 들어 오면) 보는 것을 잘 보아 주어야 한다] 고 하셨습니다.
그런 맘이 먼저이고,
길고 짜른 것은 대어 보아야 안다란 딱 자로 재어 보는 것이 아닌, 세월이 흘러 가면서 그 길고 짧은 것이 드러 난다란 말씀이셨지 싶습니다.
준서할미 옥상 정원에 흐드러지게 피어 나는 꽃은
일본삼색병꽃과 지금 피어 있는 만첩빈도리라는 꽃과,
마당의 이 장미 입니다.
그러고 나면 피고 지고를 무수하게 하는 제라늄과 한달 이상 있어야 피어 날 채송화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봄은 흐드러진 이 세가지 꽃들과 함께 가고, 초여름이 시작 되었습니다.
이제 여름의 시작입니다.
블로그 곳곳에서 채송화 사진이 올라 오다 해바라기 사진이 올라 오면,
한 여름이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