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되고 담 되고
어제 오후 7시경에 사위가 톡을 4개로 나누어서 보냈다.
딸에게 좋은 일이 있었다면서 그 내용과 어머니가 아시면 좋아하실 것 같아서 전한다는 내용이었다.
무던한 딸은 좋은 일이나 걱정할 일이 생겨도 전혀 전하지 않는 성품이다.
사위에게 전화하니 받지 않아서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어디냐? 했더니 집이라 했고,
사위를 찾으니 방금 보였는데 보이지 않는다 하는 것을 보면, 전화 받지 않으면 딸에게 전화할 것이라고
통화하라고 그리 했나 싶었다.
딸은 별것 아니예요라면서 좋은 일이 그것 말고고 두 가지 더 있었던 것을 이야기해 주면서
맑은 하이톤으로 웃었다.
장하다 축하한다고 어찌되었던 이 코로나 사태에서 네가 많은 너 직장 사람들 중에서 1호 감염자가 되면
안 되니 정말로 조심조심하라고 했다.
책임감은 스스로 중한 것을 알고 있어 잘할 것으로 알면서도 기도하는 맘으로 해 주는 말이었다.
이틀 전에는 여동생이 바쁜 사람인데 여유 시간이 있는 날인지 전화를 해서 30여분 통화를 했다.
자기가 요즘 하고 있는 공부에서 연수를 받는데 정말로 열심히 해도 따라가기 힘든 코스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언니 집에 갔을 때 놀란 일이 있는데 아직까지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했다.
처음 갔을 때,
크기가 약간씩 차이가 나는 대야가 포개어져 있어서 이상하다 싶어서 물었더니,
아기 옷만 빠는 것, 아기 기저귀 빠는 것, 어른들 옷, 어른들 양말, 걸레를 빠는 것 등이라고 하더라고,
언니 기억하나요(12살 차이)?
기억은 없는데 그렇게 살았을 것이라 했다.
그때는 수돗물도 밤에만 나와서 받아 두고, 낮시간 빨래도 물 퍼서 사용했을 때인데
세탁기도 일반화되지 않을 때였다.
오늘 아침 일찍 깨어서는 소고기 설도란 부위를 사서 김치냉장고게서 숙성을 시켜서 냉동실에 넣었던 것을
어제 냉장실로 옮겨 두었던 것을 떡국 끼 미용으로도, 고사리 볶을 때도, 떡볶이에도 넣으려고
아주 잘 드는 새로 산 칼로 적당하게 해동된 것을 칼질해서 익혀 두었다.
내일이 설 명절이다.
어제저녁 식사를 하고 난 뒤 둘째가 전화가 왔다.
기차 타고 오시면 안 되요라고.
겨울에는 단독주택은 언제 한파가 올지도 모르고,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몰라서 집을 비워 두지고 못하고,
이 코로나가 진정이 되면 우리가 갈 것이니 설 명절 지나고도 오지 말라고 했다.
너희가 아기까지 데리고 왔다 해도 길어야 2박 3일인데, 우리가 가면 일주일에서 열흘은 있다 올 수 있지 않느냐고.
지난 추석에는 며칠 앞두고 우리를 데리러 왔을 때 집수리 중이었고,
어려서 들판 가운데 외딴집이 초가집 한 채가 있었다.
그래도 돌담은 있었고,
아버지의 큰엄마이셨는데 딸은 시부모와 살고 있었고, 아들은 정처 없이 떠 돌아다니고 있었고,
명절 며칠 전에 아버지 종형제들이 가서 나뭇단도 넉넉하게 들이고, 집 안팎으로 청소도 해드리고
자식 남매 낳아도 울 되고 담 되고 하는 그 거죽 놀음도 받지 못하셨던 할머니는 앞도 보이지 않으셨다.
우리들 또래는 남자아이들이 괜히 어른들께 들키면 호되게 혼이 나면서도 담장 안으로 돌을 던져 넣고,
할머니께서는 더듬더듬 나오셔서 고함을 지르시고, 그것이 재미나서 머슴애들이 그랬다.
어린 시건에도 참 맘이 아펐다.
요즘 세상에서 모든 부모 된 사람들은 자식이 예전 같나?
그저 울 되고 담 되고 하면 되는 것이재라 한다.
내 울과 담은 이만하면 튼튼한 것이재.
새벽에 일어나 일도 하고, 컴퓨터로 블로그도 열어 보고, 중간중간 주방 들락거리면서 아침도 짓고,
이제 07:36분이다.
오늘 아침은 떡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