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

꽁꽁 얼어

이쁜준서 2021. 1. 13. 08:02

조기란 생선은 맛이 맑고도 좋다.

그런데 조기 대가리 떼고 나면 뭐 먹을 것도 별로 없기도 한데,

시백모님께서는 연세가 드신 어르신이 되셨어도 아까워서 온 토막은 늙어 가는 자식들 주시고,

조기 대가리만으로 다른 반찬 없이 한끼 식사를 하실 정도이셨다.

우리 집 제사이건, 큰 집에서건 내가 봉성 싸는 일을 했기에, 조기를 상에 올릴 때 대가리 부분

아래로 제법 내려가 잘라서 온 마리와 함께 그 대가리도 별도 넣었다.

제사상에 꼭 오르는 생선이기도 하다.

 

참조기는 언감생심이고, 또 엔간한 곳에서는 팔지도 않고, 침조기를 참조기 대신 제사상에 올리는 것이

대다수 가정이다.

봉이김선달 장사 하듯 하는 곳에서 침조기의 반값 정도에 제법 큰 것을 팔아서 처음에는 사지 않았는데,

우리가 가는 것이 일주일 간격으로 마트를 갔으니 갈 때마다 그 날 그 날 재고 남기지  않고 팔고,

그 다음 날에 새로 물건을 들이는 것이였다.

그야말로 견물생심의 맘이 생겨서 첫 날 맛 없어도 없는대로 한끼 상에 올리면 된다고,

3마리를 골라 계산하러 갔더니 그 때가 늦은 오후이고, 생선은 얼마 남지 않았고 하니 한마리에 2,000원씩

할인을 해 주었다.

꽁꽁 언 것을 잠 자기 전 소금을 쳐서 중간에 한번 뒤적이고 또 그 다음날 아침에 또 뒤적이고 낮에

다듬어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이번 주 월요일에 또 가게 되었는데, 오전 중에 갔더니 두곳에 큰 대야 두곳에 가득 팔고 있었고,

이번에는 오전 중이라 조금 더 크게 보이는 것을 한 마리 사 왔다.

맛을 보아야 겠다 싶어서 저녁상에 구울까? 했더니 쪄 달라고 했다.

찌기도 애매하고 콩나물 한 봉지를 깔고 그냥 대파만 위에 얹고, 국적도 없는 음식을 했다.

조기 맛이 콩나물에 들어서 콩나물이 아주 맛났다.

맛이 모자라거나 말거나 남편은 거의 한마리와 콩나물등으로 맛나게 먹었지만,

다시 사 오지는 않을거다.

 

날이 좀 풀려서 이웃 친구와 걷기 운동을 나갔다.

집에서 버스 정류장 3개 거리만큼 갔다가 약간 오르막길로 돌아서 재래시장 쪽으로 오는데,

채소가게 들과 어묵등을 파는 시장이 노는 날이 없는 재래시장인데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너무 추우니 채소가 진열해두면 얼듯 했다. 그러니 채소 가게가 열지 못하고, 과일 가게도,

어묵들을 파는 가게도 밖이 냉동실인데 냉장고에 넣고 판다고 종일 서 있어도 별 팔지도 못할 것이고,

족발 만들어 파는 곳 등등 정말로 우리 주변에 피부로 느끼는 그런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데, 날씨가 너무 추우니 라면을 끓여서 뜨근한 맛에 몇일 점심 때 먹었다.

그랬더니 속이 편하지 않아서  또 몇일 먹지 않았지만 아마도 또 끓이게 될 것 같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중에서 저녁 식사를 제일 신경 쓴다.

 

날씨도 꽁꽁 얼어 붙었고,

일단은 사람들이 모일 수 없고,

또 그럴 수 밖에 없고,

다뜻하게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그저 그저 날씨라도 영상으로 올라 가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아침에는 그냥 계란찜을 해서 먹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