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
어제는 40여년 지기들이 모였다.
만나면 손주들 이야기, 우리들의 근황등등 이야기 할 거리가 차고 넘친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 집으로 옮겨 이야기 나누다 헤어졌다.
한 친구는,
자기 손으로 돈을 벌었기에 친정 형제 5남매중 맏이이기도 했고, 언제나 모이는 곳은 자기 집이였다 했다.
시골에 친정이 있었기에 동생들 고등학생, 대학생인 때 어떤 때는 동생 3명을 데리고 있기도 했다 했다.
데리고 있다고 시골 농사 지으시는 부모님께서 돈으로 주는 것은 없었고, 동생들을 데리고 있던 시절이나
자기 자식들까지 결혼해 나간 부부만 사는 지금까지 쌀 대어 주셨고, 양념류는 대어 주셨다 한다.
이 맏딸이 아니였으면, 동생들 4명이 대학 졸업까지 다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시절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그 형편은 우리들도 잘 아는 것이고.
우리 세대는 그냥 맏이라는 것으로 동생들 공부도 시키고, 자신들이 벌어서 결혼을 할 형편이 못 되면,
작은 방 한칸이라도 마련해서 결혼 비용까지 맏이가 대어서 시켜 주었었다.
어느 집이나 맏이 집으로 명절 때 모이고, 부모님 생신 때 모이고 그래 왔었다.
당연 그런 줄 알고 그렇게 살아 왔었다.
그런데 우리 자식 세대는 맞벌이를 하니 시간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어떤 한 집으로 모이고 하는 것이
어려워 졌다.
자라면서 딸들이 집안 일을 배우면서 살지도 않았다.
그러니 함께 모인다해도 밖에서 모여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 밖에 영화구경도 하고등등을 하는 모양이기도 하고,
그 친구는 자식 3남매가 다 결혼한 후에,
시작 할 때는 맏이인 큰 딸에게 일년에 30만원을 너 동생들하고 밥먹고 할 때 쓰라고 주다가.
50만원을 주게 되면서 작은 딸에게는 20만원을 주어 오다가. 이제는 큰 딸에게는 100만원을 주고,
작은 딸에게는 50만원을 준다고 했다.
형제들이 모여서 드는 돈을 서로 눈치 보게 하지 말고 맏이가 내라 싶어서 였다고 했다.
아들은 서울에 있고, 아들한테는 주지 않았는데, 몇년이 지나고 보니 아들은 아버지가 100만원씩 주어 왔더라 했다.
한 2년전부터 큰 딸이 먹을거리를 친정에 올 때마다 사다 냉장고에 채워 놓더라 했다.
다 먹지도 못할건데 그만 사 오라 해도 늘 그렇게 하더라 했다.
자꾸 하지 말라 하니 실은 남동생이 나는 멀리 있으니 뭐가 필요하신지도 모르고,하니,
누나가 필요한 것 사드리라고 일년에 몇번 100만원을 준다고 하더라 했다.
그 친구는 그 돈을 판공비라 했다.
맏이 답게 동생들 밥 한끼니라도 사라고 주었고,
주다보니 둘째도 늘 얻어 먹기만 하겠나 싶어서 차이지게라도 주게 되었고,
아버지는 아들이 누나들하고 만날 때 대접하라고 준 것이였고.
친구가 굳이 판공비라 하는 것은,
맏이는 맏이 입장에서 처신하는 것에 대한 것,
둘째는 동생으로서 맏이에게 동생에게 처신하는 것에 대한 것,
아들에게 아버지는 우리가 가고 없어도 나중 나중이라도 누나들에게 너는 친정이 된다고 가르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돈이 없어도 자식들은 만나고 서로 우애를 다질 수 있겠지만,
행여나? 자식 가족들이 만났을 때, 스스럼 없이 맏이가 내고, 맏이가 자주 내면 또 동생들이 내고,
돈에 대한 부담이 없으면 더 자주 만나고 자주 만나니 우애가 더 있을 것이다 싶어서일 것이다.
다 그렇게 해야 형제들간에 우애가 더 도타워 지는 것은 아니나,
그 방법이 나쁜 것은 더 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