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

훨씬 나은 처방

이쁜준서 2018. 9. 6. 16:13


TV 드라마에서나 연예 프로그램 중에서 국어를 이상하게 변모하게 하는 말들이 많다.

대부분의 말에 눈살을 찌프리게 되는데, 말로는 맞지 않은데, 그 뜻을 선명하게 전하는 것이 있어,

블로그 글에도 가끔 쓴다.


우리 집 풋고추는 장마 전에도 열려서 오래 되면 약간 매콤한 것도 있지만,

돌아가면서 매일 따내니  맵지 않은 풋고추로 수확하는 품종으로 모종을 샀기에

우리 상에 오르는 것은 1도 맵지 않은 것이다.

하나도 맵지 않다 하기보다는 얼마나 선명하게 맵지 않음을 표현 하는가? 싶어서 가끔 ' 1도.... ' 란 말을 쓴다.


사촌언니가  작년까지만 해도 아파트가 시원해서 선풍기 바람을 쏘이면 속이 울렁거리기도 해서

선풍기가 있어도  선풍기를 켜지 않고, 각자가 부채 하나씩으로 여름을 낫더라 했다.

어느 정도 더운 것은 부채바람으로도  지낼 수 있기는 하다.

올 해처럼 더우면  선풍기로서도 않되고, 에어컨을 밤, 낮으로 켤 수 밖에 없었다.

먹는 것도 한참 폭염 중에는 수박을 사다 날랐고,  밥 맛 잃어서 기운 잃을까 보아 음식도 챙기면서 지냈다.


그랬는데, 사촌언니는 정말 더위를 못 이길정도가 되었을 때는 없던 에어컨을 새로 들이기에는 너무 늦었고,

그렇게 지내다보니 속도 비위가 상한 것 같고, 어지럼증도 간혹 오고 밥맛은 없고, 그렇게 폭염의 여름을 지냈다 했다.

전국적으로 오가면서 물 난리가 끝나고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해 졌는데, 그 때부터 긴장하다 긴장을 푼듯이

몸이 아프기 시작 했다고 한다.

어제 전화가 왔는데, 기운이 정말 1도 없고,  내가 이렇게 이렇게 아팠는데,  오늘은 조금 낫다고 했다.

그러더니  오늘 전화를 해 보니 오늘은 다시 어지럽기도 하고, 기운이 1도 없다고 했다.


기력이 엔간만 하면 가벼운 일을 살살하면서 기운을 채리게 되는데, 그 경계선을 넘어선 것 같다.

혹은 그런 경우가 있다.

어떤 상대가 일일이 신경에 거슬리는 행동과 간섭을 해서 신경쓰인다고 하면,

무시해라 무시하고 신경쓰지 말라고들 말 한다.

그 사정을 토로 하는 사람은 수하이고, 무시하라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보다 나이가 더 많은 어른일 경우이지만.

대상이 있는데 어찌 무시하고 무신경이 되겠는가?

인생사 고비 고비 넘긴 노년도 노력을 하는 것이지 다 내려 놓지는 못한다.


몸이 기운이 1도 없어도 잔일 하면서 기운을 채리게 되는 것처럼,

따뜻하게 말 들어주고  따뜻하게 보듬어서 맘을 따뜻하게 풀어 주는 것이 무시해라 보다 훨씬 나은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