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

내 집이 나를 기다렸네

이쁜준서 2018. 4. 24. 05:49


아기 하늘이 집에서 나설 때도 비가 왔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탔기에 비와는 상관 없었고, 차 속에서 앞 유리의 빗물은 열심히 열심히

닦고 있는 것으로 빗줄기는 짐작이 되었습니다.

광명역에서 내려서도 직접 비를 맞지 않아도 되었고, 승차준비란 빨간 글씨를 전광판에서 확인하고,

플랫트홈에 내려가서도 비를 맞을 일은 없었습니다.

역사에서 프랫트 홈까지 가는 동안 그 짧은 길에서 비을 맞았어도 세찬 비는 아니였습니다.


아이들 할아버지가 같이 있어서 배낭들도 선반으로 올리고, 우리 도시 역에 내릴 때도 배낭도 내리고,

혼자라면 신경쓰야 할 자잘한 것들이 그냥 저는 동승해서 묻혀서 다니는 듯해서 편했습니다.

역사에서 전철을 타서 환승해서 우리가 사는 곳에 내리고, 오다가 볼일 한 가지 보고,

우리 동네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집으로 1박2일 다니러 온 것도 아니고, 이제는 내 집으로 왔다 싶어서

그 집에 몸 담고 사는 사람들은 나가 있고, 집만 있는 그 집이 가족이 쓸고 닦고 밥 짓느라 김 내 듯이,

가족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싶어서 참 좋았습니다.

혼자 올 때는 현관도 열어야 하는데, 아이들 할아버지가 있어 그냥 따라 들어 오기만 했습니다.

밖은 비가 오고 있었어도 남으로 난 방들과 거실의 창문을 열고, 현관문도 활짝 열더라구요.

거실 공기가 무거웠습니다.

글자 그대로 환기를 시키고, 보일러를 돌리고, 온수패드에 물을 넣고, 저는 손님처럼 쇼파에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살다보니 바지런을 떨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아이들 할아버지가 다 해 주는 날도 있었습니다.


옥상 식구들을 돌아  보았습니다.

화분마다 냉이 비슷한 잡풀들이 한 가득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도라지들은 반수 이상이 새싹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동해를 입은 거지요.

작약꽃만 앞으로 피어 날 것이고, 나무꽃들은 피었다 지고, 비 맞고 있는 식물들은 추워 보였습니다.

실내의 화분들을 이웃친구가 현관 앞으로 내어 놓아서,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아마릴리스가 꽃대 2개을 올리고 있고, 자란은 파장 같은 꽃을 피우고 있었고,

이웃 친구의 덕분으로 현관 앞의 식물들은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친구 덕분에 화분식구들이 전멸은 면했습니다.


내 집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