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입맛
아기 하늘이 집에 가 있는 동안 70대 중반을 넘어서신 친구 남편이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던 모양이다.
두번 입, 퇴원을 하셨는데, 어제 다시 병원에 가셔야 하고 몸이 개운하게 낫지를 않으신다 한다.
병명은 너무 몸이 쇠약해졌다는 것인데, 잡수시는 것은 부실하고 일은 너무 했다고 한다고.
도시 넉넉하지 않은 집의 맏이로 자라고 결혼을 하고 일가를 꾸리면서 작은 직조공장을 해 오시다가
60대 후반이 넘어서면서 직조공장 직영은 정리하고 임가공으로 베를 짜서 아직도 그 업종에 종사 하신다.
4~5년 전에 누가 베를 가지고 가서는 돈은 없다면서 시골 자기 논을 돈 대신 등기 넘겨 주겠다 하더라 했다.
컨테이너 하나 가져다 놓고, 우선 논이였던 자리라 골을 깊게 파고 감나무를 식재하고, 텃밭 농사로,
마늘, 고추, 채소등을 심고 가꾸었다 한다.
거리가 제법 멀었는데도
70대 들어서서 생전 처음인 농사가 재미가 있어서 하루 장사 베 주문 배달하고, 임가공 공장에 베도 맡기고,찾고,
자주자주 혼자 가서 농사를 지었는데,
아침에 나가면 점심, 때로는 저녁까지 해결하고 집에 들어 오시니, 자셨다 하니 자셨겠지로 넘어 갔는데,
의사선생님께서는 먹는 것은 부실하고, 몸은 많이 쓰고해서 기운이 소진되었다 한다고.
아기 하늘이 할미도 목전에 떨어진 과제가 되었다.
본시 우걱우걱 먹는 것 좋아 하지도 않고, 음식도 가려서 먹고, 먹는 것에는 참 밉상인 사람이다.
집에 왔다고 준비해 가는 것이 된장이고, 고추장이고, 무청씨래기 삶아서 냉동해서 가지고 갈 것이다.
영양가가 있던 없던간에 먹는 것에 재미를 들여야 다른 것도 먹게 되겠지 싶은데
문어가 먹고 싶은데 사러 가지도 못했고, 손질 해둔 고사리, 도라지 냉동실에 있는데도 이번에는 해 먹지도 못했고,
가지고 가지도 못한다.
남은 들기름 2병, 참기름 3병중에 참기름 3병만 챙겨 간다.
마트 채소 선반을 보면서 어느 나물 하나 먹을만한 것도 없고, 콩나물이 콩나물 밥 지으면 맛있어 보여서
콩나물 밥을 한번 했다.
집에서 기른 콩나물의 향은 없고, 콩나물머리는 뜸 들든 고두밥처럼 서걱거리기는,
엄나무 순을 기다리고, 곰취를 기다린다.
살짝 데쳐서 쌈으로 먹고 싶다.
달래 넉넉하게 넣은 된장을 약간 간이 세게 해서 밥에 비벼 먹고도 싶다.
친구의 모친께서 가야산 깊은 골에 들어가셔서 뜯어 온 키는 커도 부드러운 취나물을 봄이면 한번씩
얻어 먹었다.
그 취나물 나물로 해서 먹었던 그 젊었던 날의 입맛이 돌아 올까?
그 때는 상추쌈만으로 맛나던 시절이었는데, 이젠 내가 씨 뿌려서 키운 어린 상추 쌈의 쌉사름하고 뒷맛은 단맛이
나는 딱 그 때만 상추 쌈이 맛날 뿐이다.
집 나간 입맛은 언제 돌아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