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식물들의 주인장은 준서할미이다.
준서외할아버지는 준서할미를 도와 주는데, 사정 없이 가지를 치기에 준서할미 잔소리에 다시는 손 않댄다고 하지만,
또 가지를 치고만다.
마누라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많이 참고 참다가는 어느날 또 확 쳐 버리고, 또 준서할미 입장에서는 이왕지사 가지는 잘려
나갔는데.... 싶어 잔소리를 참는 편인데도 어느 날 또 잔소리를 하게 된다.
화분갈이와 새뿌리 내기도 준서외할아버지 몫이다.
그것은 일이 아니고, 재미있는 놀이기도 하다.
어느날 가지 하나를 꺾어서 물에 담구거나 모래에 묻어 두었는데, 새 뿌리가 나 화분에 옮겨 심고 나날이 자라서 가지가 새로 나고,
꽃이 피니 그 얼마나 재미 있는 일이겠는가?
마눌은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신기해 신기해 하고.
긴 사기화분에서 넓고 깊은 고무화분으로 옮겼다.
뉘여 놓고 보았더니 화분 끝까지 뿌리가 있었는데, 빼 내고 보니 뿌리가 동글 동글 감겨서 서너층이 되어 있었다.
더 벋어 나갈 자리가 없으니 그렇게 뿌리를 만들면서 저렇게 컸다.
부산에서 우유팩애 넣어 온지가 올 해로 3년째, 올 해 많이 컸다.
분갈이는 힘이 든다.
분갈이를 하는 일은 대부분 그 화분에 다시 넣기엔 화분이 작다.
그러다보니 오늘은 작은 화분 하나 건들였는데, 10개나 분갈이를 하게 되었다.
그중 문주란 화분 하나는 긴사기화분에 담겨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년에는 빠지지 않을 것 같아 손을 댄게 ,
흙을 일단 살살 파내고 빼 보아도, 거꾸로 들고 툭툭치면서 흔들어도, 물이 빠지는 것에 꼬쟁이를 대고 밀어 내기도,
정말 통 사정을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준서할미는 애가 탔다.
수년 길러온 문주란이 상할 것 같아서, 그 정도 했으면 그 다음은 망치로 화분을 깨고 빼내어야 하는데,
준서외할아버지 고집에 걸려버려서 이저 저도 못하고, 이제는 물통에 담구어서 흙은 꼬쟁이로 살살 파면서 들었다 놓았다를
해서 겨우 겨우 빼 내었지만, 아무래도 문주란을 좀 상했지 싶다.
준서할미는 가만히 보고 있다보면 도우게 마련이라, 고구마줄기를 갖다 놓고 까면서, 식물이 중앙에 오도록 잡아만 주었고,
준서외할아버지 혼자 다 했다.
분갈이는 봄에 주로 많이 하는데, 봄, 여름에 많이 자랐는 것은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 지는 이 때 분갈이를 해 주는 것이다.
분갈이를 해 주지 않으면 뿌리가 꽉 차서 물은 주어도 화분 가쪽으로 물이 흐르고 중간으로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